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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갤러리

부영우, 기상대 언덕에서 비를 맞다

작성자이영숙|작성시간26.06.12|조회수53 목록 댓글 0

기상대 언덕에서 비를 맞다

 

부영우

 

 

 

기상대 언덕 계절관측 표준 벚나무

아래에서 사과를 먹다가

잎 사이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았다

비를 피하려고 기상박물관에 들어갔다

 

박물관을 혼자 구경하며

나라에 가뭄이 드는 까닭이

임금이 분수에 지나쳐서 그렇단 말이나

빗물이 노란 게 불길한 징조가 아니라

송홧가루 탓이란 걸 밝혀낸 일이나

지진계가 민감하니 기상대 마당에서 족구 좀 하지 말라고

누가 소리쳤다는 일을 알았다

 

지구를 발게 네모 칸으로 쪼개서

지나간 칸의 대기를 분석하면

다음 칸의 날씨를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맨 처음 한 사람의 고생담을 들었다

 

원래 날씨라는 건 불가사의하고

하늘에서 내리는 상이나 벌 같은 것이었지만

이제는 머리 커진 인간들 스스로가

관장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늘님이 지겨워 어느 날 세계를 놓아 버린다고 해도

방정식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가 바라고 기도할 때

하늘을 향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래도 나는

 

오늘의 하늘을 오래 보며 발견한

태양 주변에 생긴 흰 무지개*에 대해

말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제 몸에 피는 꽃이 세 송이째가 되면은

오늘부터가 벚꽃 핀 날이라고 선언하는

저 계절관측 표준 벚나무처럼

계절이 바뀌고 있으니까 얼른 일어나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나도 지나간 칸을 들추기보다는

오늘의 별을 세느라 목이 휜

사람이 되어갈 것이라 생각하며

 

꽃잎 신고 고랑을 흘러내리는

빗물에 손을 닦았다

 

기상대 직원 하나가 손우산을 쓰고

언덕을 올라오고 있었다

 

 

* 풍운기(관상감에서 날씨를 관측하여 기록하는 일지) 중에서

            

  —계간 《詩로 여는 세상》 2026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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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우 / 1980년 제주 출생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9경향신문〉신춘문예 영화평론 당선,  2024년 웹진Nim에 시 당선시집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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