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수대의 물소리
하갑문
문득
개수대의 물소리가 쏴 하면서 들린다
그릇 부딪히는 소리
세제 거품 일어나는 소리
걸레질하고 물에 헹구는 소리
오랜 일상이 되어 무감해진 저 소리가
문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귀를 열고 뇌를 거쳐 가슴에 안긴다
식탁보에 깔리는
오렌지색 저녁
갑작스레 아내가 앓아 드러눕자
부엌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지인의 말을 들은 날
개수대의 물소리가
번뜩 소리를 내고 처음처럼 들린다
그동안 어디에 가 있었던가
어김없이 자리를 지켜준
산소처럼 고마운 저 물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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