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에는 휴업이 없다
강영희
11층 창문 밖으로 구겨진 우유팩 하나
내던져지고 있었지
끝없이 추락하고 있었지
벌떡 일어나 앉아 덥썩 붙잡은 베개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 땀
멀리서 가까이서 철컥 닫혀버린 문, 문, 문
주섬주섬 바지 걸쳐 입고 골목을 나선다
큰 나무 그늘의 작은 나무 같은
대형 마트 턱 밑 행운 마트
이등 당첨 3회, 선전 문구 애써 미소 짓는
주인 아주머니가 긴 빗자루를 들고 서 있다
아직 잠이 덜 깬 지난 밤 찌꺼기들 바라본다
“사장님, 저 즉석 복권 다섯장,
먹걸리 두 병만 주쇼”
먼 바다 어디쯤 몰려 올 풍랑 예감하면서도
이른 아침 뱃머리에 설 수만 있다면
까짓 수평선 쯤이야
넓은 가슴팍에 당장 구겨 넣을 수도 있겠지
사방은 길이 막혀 캄캄했으므로
희망에는 결코 휴업이 허락되지 않았으므로
막걸리 위에라도 배를 띄워
복권 펄럭이며 나부끼며
꿈꾸는 일은 이어져야만 하는 거겠지
설령 그 길이 수직으로 하강하는
폭포의 소용돌이 속일지라도
아직은 복권 가장자리에 묻은 아침 햇살
아직은 딛고 서 있을 수 있는 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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