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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남편 / 배달메, 김상철
사실인지 모르지만, 아직도 살결이 탱탱하며 박속 같다는 나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낯익은 남자 하나가 옆에서 초저녁부터 허리를 구부린 채, 늘 새우처럼 잔다 어느 날은 방이 떠나가도록 탱크소리까지 내면서 코골고 잔다
그런 날은 나도 방이 떠나갈 듯 핀잔주며 저 남자의 코를 아예 비틀어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형님, 이이는 매일 밤마다 더 코 골아요“ 하는, 손아래 동서의 말이 늘 뇌리를 스치는 통에 난 그때마다 이내 포기하고서 자동으로 빈 건넛방으로 가 천장과 눈씨름하며 잠을 청한다
그런 다음날이면 으레 난 새벽 같이 일어나 정원 일을 하는 그 남자에게, 그러면서 밤엔 미운 짓만 골라하는 그 남자에게
“나 급히 나가볼 곳이 있으니 당신이 설거지 좀 해요 저번처럼 걸레 깨끗이 빨아다 거실과 방도 좀 닦아놓고요“ 하고는, 내맘도 달랠 겸 쇼핑을 가기 위해 시동을 붕 건다
그러면 차창으로 뵈는 그 남자는 날 향하여 겸연쩍게 웃으면서도 알았다는 듯, 잊지 않고 늘 늦가을의 나뭇잎처럼 손을 흔든다
어느 날은 뭐가 못마땅한지 온종일 아무런 대꾸도 안하는 그 남자에게 “나도 저 남자에게 심통 한번 부려봐? 확! 며칠간 나갔다 와? ” 하다가도, 여태껏 같이 살아준 게 고마워 “아니지, 매월 부부모임에 데리고 가려면 나까지 이러면 안 되지. 더구나 내일이 또 부부모임인데...“ 하고는 난 맘을 돌린다
몇해전부터 갈수록 좁아지는 그이의 어깨에 가슴 덜컥하면서 부부가 무언지, 이 세상에서 가장 낯익은 이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난 오늘도 내일 최고로 젊어보일 그이의 옷을 장롱문 열고 찾고 찾는다. 2012. 6/29 * 저는 남자인데, 오늘날 아내들의 생각을 유추해 써봤당게여~ ㅎ 2012. 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