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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일심동체

작성자하얀 섬|작성시간18.12.18|조회수12 목록 댓글 0



 

 

 

 



 

 一心同體  / 배달메


여보, 12월은 

우리 부부가 그간 진정 하나(1)로 살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하느님이 세상의 한 지붕 밑 우리 부부(2)에게

특별히 명령한 달인 것 같습니다

열두달 중 마지막 기회인 참회의 달로요...

 

여보,

조금전부터 나는 우연히 당신의 여고시절 앨범을 보고 있답니다

당신의 여고시절 얼굴을 보면서,

“이 때는 부잣집 딸이, 이 못난 녀석과 사는 건

꿈에도 생각치 안했을 텐데.... ” 하는 생각과 함께,

나한테 시집와 유방암까지 앓은 당신이 너무도 안쓰러워

난 그만, 앨범 본 이 자리서 지고하신 분을 향해 무릎을 꿇었답니다

기도하는데, 참으려해도 왜 이리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한참을 울며 기도하다가, 입술을 깨물며 써봅니다


사진을 보니, 여고시절 이렇게나 곱디고운 얼굴이었는 데,

이 못난 남편 만나 이젠 골 패인 얼굴이 되었습니다그려!

우리 김씨 가정에 시집와 30여 년이나 식모아닌 식모로 수고를 했고,

내 세 새끼들을 그렇게나 잘 길러냈는 데, 이제야 못난 남편 염치없이

 “여보, 그간 너무 수고했어요! ” 라고, 말합니다

한눈 팔지않고, 말없이 그저 성실히만 살아온 여보!

그간 내 목청만 높여서 너무나 미안하오

이제 남은 삶은

당신이 얼마든지 목청 높이며 사시구려 

정말 그간 너무나 고마웠고 너무너무 수고 많았소

그리고, 그간 내 잘못 너무나 많았소

당신을 12월 한 달간 업어 주고 싶습니다그려


당신이 아니면

우리 세 새끼가 어찌 그리 잘 자라주었겠소

또한, 당신이  아니면

사위도 둘다 어찌 그리 잘 얻었겠으며

며느리도 어찌 그리 잘  얻었겠소

다 당신 덕이요

말보단 당신이 기도로, 행함으로 말없이 이룬 덕!

당신은 정말 내 살 중에 살이요, 내 뼈중에 뼈입니다


자녀문제로, 봉사문제로, 다툰 적도 있지만

우리 자녀들 아프면 우리 서로 그토록 같이 애가 탔고

당신이 아프면 내 마음 그토록 아팠으니

그리고, 앨범 보는 나 지금 눈가에 물줄기가 이렇게 마냥 흐르는 걸 보니

그간 나는 속으론 당신을 너무나 사랑해 온 것 같소

이런 나를  혹시 누가 “팔등신! ”하고, 손가락질하며 핀잔 줄 지라도

당신과 우리 세자녀들을 위해서라면 지금부터 나는 기꺼이!

팔등신 뿐 아니라, 100등신이라도 얼마든 되어주겠소~ ~ ~


여보! 얼마 남지 않은 내년 새해부터는

당신에게

결혼 전  데이트 할 때처럼 해볼 생각인데 잘 되려나 모르겠소 

 

그대가 순대를 먹고 싶어 하면

그 때 그 연애하던 때처럼

밤 11시 눈보라치는 날에도 하얀 아카시아꽃잎처럼 반기며 손잡고 걸은 뒤,  

포장마차에 들어가

그대 손 녹여주며 같이 순대를 먹어보도록 하겠소

그러면서 입가에 묻은 것도 고요한 감성, 거룩한 감성으로 닦아 주겠소. 

그리고, 그대가 강가를 거닐고 싶어하면

그때도 어김없이 강물에 납작한 사금파리를 같이 던져보면서

강가를 뛰다걷다, 뛰다걷다를 반복해보겠소..., 또한

당신 입에서 지금 또 장미꽃 말이 나오면

제 아무리 송곳바람부는 겨울밤이라도 그때처럼 나는  

어김없이 당신에게 장미꽃을 바쳐드리겠소

그리고 당신이 약속 시간을 두세 시간 어겨도

전처럼 난

기꺼이! 

왼쪽 눈으로 두 번 윙크하며, 보름달보다 환하게 당신을 맞이하겠소


그 옛날 우리는 3시간 데이트 하고도

10분처럼 느낀 우리가 아니요? 

그러고도 모자라,

그날밤 집에 와서도 만난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서로를 그러워 하느라

하얗게 날을 샌 우리가 아니요?


그러니 우리,

“앞으로도 쉬지 말고 더 기도” 하여

우리 절대 아프지도 말고, 늙지 않도록도 하면서

약자 도우며 우리 서로 두손 꼭 잡고 남은 세월 삽시다요

부부는 일심동체라 했잔소!  참으로 그대를 사랑하오! 

이젠 동창모임이며, 그외 친목모임과 여행도 얼마든지 다니시오

 

여보,

피곤하여 이 밤 입벌리고 자는 당신이 너무도 측은하구려

그간 그 많은 강과 그 많은 바다를 어떻게 다 건넜단말입니까?

그간  얼마나 눈물을 감추며 이 작은 발과 손으로

그 많은 산과  산맥들을 어떻게 다 기어올랐단 말입니까? 

숫사자 같은 못난 남편이 이 밤,

젖먹이가 숨넘어가도록 울며 말하듯, 숫사자처럼 울부짖으며 말합니다

당신을 사존하오, 용광로 불처럼 사존하오

앞로는 정성껏 계속 영원히, 영원히 당신을 사존토록 할께요.

 

   

    

 위에서,

얼굴에 골 패인 : 얼굴에 주름이 깊이 생긴.

 사존: 사랑하고 존경(제가 만든 신조어 임), 

 

     이 글 보시는 선생님들이여!

 부부를 옛부터 흔히들 '일심동체'라 하지요

   늘 잉꼬부부로 살았어도 

   둘 중 하나가 하느님의 부름을 받으면

   그 빈자리를 보며, 매일같이

   "살았을적 좀 더 잘해줄 것을 ..."

   하고,

   누구나 한 번쯤 후회하게 된다 더군요...


두 사람이 함께 누우면 따뜻하거니와
한 사람이면 어찌 따뜻하랴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삼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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