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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시

이민자/이훤

작성자심우기|작성시간17.07.18|조회수38 목록 댓글 0

이민자(immigrant) 

 

     이 훤

 

 

 

   한 시절을 다 발음하니, 먼 곳이었다. 구 년이 지났고 스물하나의 표정을 대개 잃어버린 청년은 남편이 되었다. 덜 자란 말들을 두고 온 땅이 그리워 가끔 머리를 반대편에 두고 잤다. 밥 먹듯 Excuse me를 하는 사람들이 fuck을 밥풀처럼 뱉을 때, 그들은 대체 무얼 소화한 걸까. 치즈처럼 늘어지는 단어들을 생각한다. 늘어지다 끊어지고 또 늘어지는 어느 배달되지 못한 광경들을

 

   오늘은 무얼 먹을까. 매일 노동하고 식사를 준비하고 장을 보고 세금보고서를 끊으며 시민과 이주민을 오가는 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쓰는 일 찍는 일뿐이어서

 

   타국어로 더 자주 불리는 날은

 

   조금 더 이방인 같다. 단어와 단어, 얼굴과 얼굴, 모국과 조국 사이에서 생각보다 자주 체한다. 나에게도 외부인이었던 내가 이방인이 될 때 나는 누구의 이방에 거하는가. 간혹 그려보는 건강해져 있는 나. 바깥이 되어버린 모국과

 

   모국의 국기와

 

   그 가장자리

 

   주목된 적 없는 세 줄의 독백을 생각한다. 이제는

   집이 돼버린 곳에서

 

   집을 생각한다. 소화 안 된 언어들이 뒤섞인 채로 일기장에 쏟아지고

 

   먼 나라 국기처럼

 

   이민자의 밤이

   잠시 펄럭였다 안착한다. 

 

 

                        — 《시인동네》 2017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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