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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시

[스크랩] [시와세계 2011 겨울] 알집/ 유현서

작성자시강|작성시간11.12.14|조회수29 목록 댓글 0

  ⓒ 박정원_ 연밥

 

 

 

 

 

      유현서

   

 

  사마귀 알집을 봤다 동그란 스펀지 모양의 작은 덩어리

 

  죽는 순간의, 죽임을 당하는 수컷의 흔적

  누르스름하게 젖어 있다

 

  저 집은

  죽도록 사랑했던 그 허기짐이 똘똘 뭉쳐진 점

  혹은 동그라미, 그들만의 우주

 

  당랑규선螳螂窺蟬, 누가 나를 물어 죽일까

  잔뜩 긴장하고 들어가 본다

 

  길고 날카로운 미늘의 앞다리, 360° 회전시키는 목, 온몸을 꼼짝 못하게 하는 눈빛, 앞다리를 쳐들고 날개를 최대한 펼치던 허풍선이

 

  내 안의 그가

  수시로 나를 점령한다

  나를 물어 죽이고 바깥으로 내몰며 금세 허기지게 하는, 한 자리에서 꼬박 이틀을 기다리다가 돌아오는, 그의 발길질에 차이는 연가시 같은

 

  내 불룩한 뱃속에

  머릿속에

  나를 꽁꽁 가둬버리는 집

 

  누군가 내게 집을 짓고 있다

 

 

 

  - 『시와세계』2011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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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The Poet`s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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