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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시

물고기 비파/유현서

작성자시강|작성시간11.12.16|조회수46 목록 댓글 0

물고기 비파

 

          유현서

 

 

 

  알록물고기 한 마리 꼼짝도 않고 유리창에 눌어붙어있다

  진공청소기다

 

  나도 언제 저렇게 몰입해 본 적 있던가

 

  외줄에 의지한 채 고층건물 유리벽을 닦는 그 사내

  올려다 볼 때마다

  가느다란 부챗살을 흔든다

 

  돌 틈 사이를 쪼물거리다가 바닥을 등지고 쉴 새 없이 주둥이근육을 씰룩거리는 알록물고기

  저 동그란 빨판 속으로

  시원스레 콸콸

  들고나는 것 없다

 

  물방울 방울방울 올라오는 수면 위로

  가느다랗게

  비파 뜯는 소리만 들리는듯하다

 

  자신이 물방울처럼 생긴 줄 모르고 순간순간 힘차게 활대를 잡아 늘이며 이리왔다 저리갔다 하늘도 바닥이라는 듯이 허공을 닦는 사내

 

  서울의 가장 높은 곳에서

  빈 하늘에 몰입한 밑바닥 生의 연주법을

  침묵으로 닦아낸다

 

 

 

   -『포엠포엠』2011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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