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비파
유현서
알록물고기 한 마리 꼼짝도 않고 유리창에 눌어붙어있다
진공청소기다
나도 언제 저렇게 몰입해 본 적 있던가
외줄에 의지한 채 고층건물 유리벽을 닦는 그 사내
올려다 볼 때마다
가느다란 부챗살을 흔든다
돌 틈 사이를 쪼물거리다가 바닥을 등지고 쉴 새 없이 주둥이근육을 씰룩거리는 알록물고기
저 동그란 빨판 속으로
시원스레 콸콸
들고나는 것 없다
물방울 방울방울 올라오는 수면 위로
가느다랗게
비파 뜯는 소리만 들리는듯하다
자신이 물방울처럼 생긴 줄 모르고 순간순간 힘차게 활대를 잡아 늘이며 이리왔다 저리갔다 하늘도 바닥이라는 듯이 허공을 닦는 사내
서울의 가장 높은 곳에서
빈 하늘에 몰입한 밑바닥 生의 연주법을
침묵으로 닦아낸다
-『포엠포엠』2011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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