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커피
심우기
반드시 겨울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컵 속에 둥둥 떠다니는 동그란 얼음과
눈 덮인 소나무 가지의 마른 서리를
똑같은 온도로 바라보려면
나는 여름 내내 얼음을 만든다
그릇마다 얼음을 가득 채우고
가문비나무 끝에 걸린 일월의 태양을
차가운 커피 속에 집어넣어 휘젓는다
커피 속을 저을 때마다
한 계절이 가라앉았다
오랫동안 추위에 길들여진 살갗만이
바람 소리에서 비극을 지워낼 수 있으므로
동그란 얼음과 네모난 얼음이
잔 속에서 서로 몸을 부딪치며 장난을 칠 때
그것들이 녹아 사라지는 '무(Nothing)'를 본다
그것은 땅에서 나는 잎사귀 소리이자
텅 빈 허공을 채운 같은 바람의 소리일 뿐
눈 속에서 귀를 열고 서 있는
이제 얼음을 먹는 자가 아니라
스스로 얼음이 된 자
나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과
이미 가득한 것 사이에서
나는 녹고 있다
나는 녹으면서 서 있고
서 있으면서 사라지는 이월의 투명한 설인(雪人)이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