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조말선
동상 걸린 발에 붕대를 어떻게 감아줄까
발을 디딜 때마다 동상을 잊고 붕대의 순간이 즐거운 피를 흘릴 수 잊도록
오른쪽으로 세 번, 왼쪽으로 세 번 감으면 상처가 잘 드러나겠지
흰 눈이 검은 거리를 닦는 것보다는 닦을수록 투명한 비의 습관을 알면서도 매번 멜랑꼴리한 창문 앞의 전망처럼 좀 거리를 두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검게 그을린 아랫목, 오늘 밤의 저 아래를 꾹 눌러 덮은 누런 솜이불을 확 벗기는 패러독스가 더욱 따뜻할까
당근을 벗기듯, 무를 벗기듯, 파를 벗기듯 간단하게 생활을 벗기는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을 벗기는 사실이 사랑하기 위해 착용한 의복을 벗기고 사실적으로 드러난다
그것은 쓸어낸 복도이거나 먼지로 뒤덮인 복도를 내가 지나간 뒤에 복도를 벗긴 복도가 된다
생활의 누추함을 덮는 예술을 꼭 쥐고 간단하게 예술로 뛰어든 것이다
착지하기 직전이나 이륙한 직후의 콩새의 불규칙한 날갯짓이 심장에서 바둥거린다
우엉을 벗기듯, 감자를 벗기듯, 양파를 벗기듯 간단하게 생활을 벗기는 생활
사실을 벗기는 사실이 이별하기 위해 흩어진 의복을 착용하고 사실적으로 드러난다
내가 더 밤이라고 외치는 말을 밤이 지운다
군데군데 희번득거리는 살얼음 낀 웅덩이가 밤의 얼굴이라면
희번득거리는 것은 뺨에서만 이루어지는 몇 가지의 허구
자동차불빛이 그곳을 지나갔구나
그곳에 도착하기 위한 방법은 경우의 수 외에도 셀 수 없는 허구가 동반되지만 그곳은 이곳저곳으로 흩어져버리곤 해서 요리솜씨가 앞선다
노란 티셔츠를 몇 번째 세탁했는지 물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 노란 티셔츠는 처음 보는 달이군요
네, 라고 대답하는 신부의 맹세가 긴 드레스자락에 질질 끌려나간다
커튼을 내리듯, 식탁보를 덮듯 간단하게 생활을 덮는 생활
당근을 볶은 당근요리, 감자를 볶은 감자요리, 양파를 자른 양파를 먹으며
그곳에 도착하기 위해 아름다운 웨이브가 미장원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