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심우기가 만난 시

쌀뜨물이 가라앉는 동안/강영란

작성자심우기|작성시간14.12.22|조회수22 목록 댓글 0

쌀뜨물이 가라앉는 동안

강영란

 

쌀뜨물이 가라앉는 동안 나는 어느 먼 산에 어스름이 가라앉는 걸 바라보는데

이윽고 그 산이 어둠에 완전히 잠길 때 생기는 침전물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인데

쌀뜨물이 가라앉는 동안 물 위에 뜬 검은 쌀 서너 알갱이가

산 위를 고즈넉이 날아가는 까마귀 날갯짓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목련 꽃잎 같은 쌀뜨물 가만히 바라보다가

목련꽃 한 그루가 저녁 어스름에 서서히 물들어 가는 거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데

그대여 그대는 나를 어떻게 물들이는가 나는 그대를 어떻게 물들이는가

쌀뜨물이 가라앉는 동안 나는 침전물에 대해서 바라보기만 하는 것인데

그대에게 침전되어 가는 나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인데

 

—《시와 사람》2014년 겨울호

-------------

강영란 / 1998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당선,《열린시학》2010년 봄호로 등단. 현재 제주고등학교 근무. 시집『소가 혀로 풀을 감아올릴 때』.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