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의 언어로 시 쓰기
박남희
여기서는 하늘을 바다라고 말해도 된다
새가 물속을 날아다니고 어둠이 밀가루처럼
뭉쳐져서 달이 되었다고 말해도 된다
어차피 공중의 언어는 시와 산문에 구별이 없으니까
끝내 모래처럼 부서질 말의 탑이니까
말의 형식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와르르 무너져 내릴 때를 대비해서
스스로가 모래의 상상력을 가지고 있으면 된다
여기서는 구름처럼 말이 가벼울수록 좋다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져 내리면 아프니까
사랑도 빨간 풍선처럼 가볍게 불어
적당히 말랑말랑해지면 공중으로 날려 버리는 게 좋다
풍선의 형식은 둥글지만
어차피 터져 버릴 말의 형식은 자유로운 것이므로
호흡에 너무 힘을 주어 핏대를 세울 필요는 없다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는 풍선을
아름다운 상상력이라고 착각할 필요도 없다
때로 바닥에서 물이 나고 꽃이 벙글지만
무너지는 말이 너무 무거우면 비딕이 아프다
공중에 무너져 내릴 것들이 너무 많아
바닥은 늘 불안하다
바닥은 늘 폐허를 준비한다
높이 쌓았던 바벨탑이 무너질 때 시는 탄생한다
시는 폐허의 자식이다 말은 공중의 형식을 버리고
지상으로 무너져 내릴 때 시가 된다
낯설던 말과 말의 새로운 소통이 이루어진다
—《문예바다》2014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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