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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원

[스크랩] Re:사라진 것과의 만남(예수원 후기 덧붙임)

작성자유테레사|작성시간12.07.16|조회수408 목록 댓글 0

난 몰랐었다. 예수원이 중보기도 하는 곳인지.

그냥 경치 좋은 곳에서 좀 쉬면서 당췌 앞으로 무슨 일을 할 지 헷갈리는 나의 진로도 모색하고 쉬엄쉬엄 기도나 하고 오리라 생각했건만....

청량리에서 출발해서 가면서 만희 집사님이 우리 교회 식구들을 위해 나누어서 기도하자고 제안하셨다.

속으로 '어머나. 대단한 믿음이셔라.'

"네. 그래요. 좋은 생각이셔요."라고 대답은 하고, 만희 집사님의 요즘 변화된 신앙의 면모 탓이려니 했다.

그냥 지나가며 제안한 말일 줄 알았는데 태백역에 내려 점심 먹으려 식당에서 앉아서

교회 식구들 명단을 놓고 서로 나눠 먹기 (?) 했다. '어머나, 대단한 실행력이셔라' 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듣고 보니 예수원은 대천덕 신부께서 만인을 위한 중보기도처로 큰 뜻을 세우고 지으신 곳이라고 한다.

에구궁. 내 문제를 기도하는 건 물건너 갔다.

 

여하튼 거의 비슷한 숫자로 네명이 교회 식구들을 나누어 가지고(?), 목사님께도 기도제목을 카톡으로 여쭈었다.

그랬더니 목사님 가정의 기도제목은 "한결이와 하늘이가 한국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좋은 기운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고 

교회에 대한 기도제목은 "울 교인들이 신앙을 교양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인생을 건 모험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음...교회에 대한 기도 제목이 범상치 않다. 좀 찔린다.

 

밥먹고 나서도, 메밀전병에다 호떡도 사먹고 과자도 몇봉지 사서 챙겨들었다. 다 큰 언니들과 길거리에서 군것질 하니깐 재밌었다. 버스를 갈아타고 내린 곳에서 걷기를 몇십분, 숲이 우거진 곳에 너무도 예쁜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진찍느라 밍기적 대니까 안내팀에서 어서 오라고 난리다. 가자마자 핸폰과 카메라 다 압수당했다. 가는 길 걸으면서 예수원 가는 길 사진찍어 자랑질하며 카톡하고 돈부쳐야 되는 것이 갑자기 생각나 텔레뱅킹의 임무까지 완수한 후 스마트폰을 아쉬워 하며 건넸다.

 

첫시간에 소개하면서 과천영광교회에서 4명이 참여했다고 하니 아마 교인수가 한 최소한 4천명 이상으로 보였을 거다.

보통 교인수가 몇천명 되는 교회에서 1명 정도 오던데...역시 우리 교회는 일당 몇 백이다.

흠. 그리고 만희, 천희는 이름 소개하면 사람들이 하나 들을때 보다도 더 신기해 해서 앞으로 세트로 다녀야 겠다.

 

예수원의 숙소, 도서실, 티룸, 24시간 개인기도실, 야외기도처, 산책로 등등 모든 공간 자체가 그야말로 그림 같고 휴식을 주는 곳이었다. 간혹 우리끼리 수다떨다, 갑자기 쉿 하면서 목소리를 낮추기도 했다. 워낙 조용한 곳이라.

그리고 침구시트도 한번만 주고 사흘 쓰도록 하고, 샴푸 못쓰게 하고 샤워도 자제하도록 하는 등...

여느 숙박시설과 달리 환경적이었다. 이용객은 다소 불편하지만, 자연에 해를 덜 끼치게 하고, 공동체에서 그만한

자원을 다 갖다대지 못하므로 부족한 것이 많아서 가급적 절약해 달라는 취지였다.

밥도 잡곡밥에다 유기농 채소에다, 어찌그리 맛있는지...관계자 왈, 특히 아줌마들이 와서 밥을 너무 많이 먹고 가서

딱 예상한 만큼의 분량만 밥하는데 밥이 모자라기도 한단다. 우린 그렇게 많이는 안 먹었져염.

이렇게 좋은 곳에서 밥먹여 주고 재워 주면서 공짜라니....

공짜라고 해서 정말로 그냥 묵었다 가는 사람들은 염치 없을 듯. 우린 작지만, 쬐금씩 모아 헌금을 과천영광교회 이름으로 했다.

그냥 앞가림만 한 정도. 

 

예수원에서의 생활은 그 공동체에서 사는 분들(40명)과 일과를 함께 한다. 예배, 노동, 식사 등등.

아침 6시부터 시작해서 하루 세번 모여 말씀과 기도를 나누는 시간이 있고,

둘째날에는 노동시간이 있는지라 우리는 오전 작업에 자원하였다. 모두 다 하는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더만.

주방청소에 투입되어 열라 씽크대 닦고 식당 바닥 닦고 땀냈다. 일한 사람에게만 새참을 주더라. 음, 당연하쥐.

집에서 하면 그게 '일'인데, 여기서 하면 '즐거움'이라고 유집사님이 관계자에게 말씀하셨다시피...

별로 힘들지 않게 했다.

 

예배실에는 "노동이 곧 기도요, 기도가 곧 노동이라"라는 문구가 앞에 걸려 있고, 입구 게시판에는 희년의 개념과 토지가 하나님의 것이라는 선포를 통해 이 땅에 공의가 흐르게 하기 위한 기도, 세계 각지로부터의 기도제목들이 붙여져 있다.

예배시간에는 성경의 3장을 읽고 설교하는 사람 없이 서로 감화받은 것을 나누고 기도제목을 나누며 같이 기도해 주는데 한 개인의 문제부터 세계 여러나라의 동향에 이르기까지 기도의 주제는 넘나들었다. 

 

특히 첫째날 저녁엔 대천덕 신부님의 아들이신 벤신부님이 북한에 대한 강의를 해 주셨다. 북한의 사회, 문화, 사상에 대해

여러가지를 얘기해 주시며 앞으로 통일을 대비해서 우리가 그들을 위해 '준비'해야 함을 역설하셨다. 터무니 없이 그들을

종교적으로 교화하려고 섣불리 다가서서는 안된다는 것부터 비롯해 특별히 어떤 이념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 담백하게

진솔하게 얘기해 주셔서 와 닿았다.

 

둘째날 저녁은 대박이었다. 끝나는 시간을 정하지 않고 저녁먹고 난 뒤 7시 반부터 쭈욱 이어갔다.

말하고 싶은 사람이 나와서 기도제목과 사연을 이야기 하면 다같이 기도해 주고, 찬송하나 하고 또 다른 사람 나오고,

누가 시키지도 않고 이어서 이어서 나오다 보니 12시까지 이어졌다. 넘 피곤한 사람은 그냥 알아서 들어가서 자도 된다.

 

여하튼 이번 기수 참가자 약 35여명와 더불어 예수원 공동체에서 사는 분들이 함께 하는 시간이긴 한데 대부분 외지에서 온 참가자들이 주로 발언한다.  이번 기수 참가자의 특징은 젊고 싱싱한 애들이 많았다는 거다(게다가 다들 어찌 그리도 신앙도 뜨겁고 예쁜데다가 잘생겼고 노래도 잘 부르고 착하기까지 하냐. 우리 애들의 시크한 모습을 떠 올려 보면 저런 모습으로 크리라고는 상상이 잘 안된다 ). 그리고 해외 및 북한 선교에 관심있는 이들이 많았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까 어찌나 기도가 뜨겁든지, 앞에서 옆에서 마구 방언을 해 댄다. 그거 듣느라 귀를 쫑긋 하다가 잠시 정신줄 놓기도 했다. 우리 교회에서 못보던 진풍경이라 우리 모두 새로운 문화체험을 했다.

 

또 특이한 사연도 많이 접했다. 팝페라 가수로 활동하는 잘생긴 30대 청년이, 자기의 삶의 실패와 성공, 좌절 속에서

만난 하나님 등, 여러가지 사연을 소설같이 들려주다가 갑자기 깜짝 프로포즈를 하였다. 그동안은 예쁜 여자만 눈에 보이다가

이젠 바뀌었다고 그러며, 9년여 동안 보고 자랐던 여자친구(그 전까지는 아마 교회 친구정도였나 보지)에게 처음하는 고백이라며 사귀고 싶다고 하였다. 그런데 뭐, 그 여자애도 예쁘더라. 첨엔 짜고치는 고도리 아닌가 유심히 봤는데 그 여자애가 정말로 당황해 하며, 정말 그런 이야기를 들을 줄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하더라. 9년여 만에 첨 들었단다. 어찌나 드라마틱하게 하든지,

쟤가 집에서 미리 연습을 하고 왔나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보니까, 걔는 대중앞에서나 기도 할 때나 참 말을 잘하긴 하더라.

박칼린이랑 뭐 하고 코리아 갓 탈랜트에도 출연하고 그랫다는데 뭐 테레비를 안보니 잘 모르겠다.

여튼 잘 어울리긴 하더라.

 

뿐만 아니라, 꿈과 비전없고 등록금 빚갚기 위해 허리가 휘어지는 청년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여학생, 거듭된 이혼후 선교하러 나서고자 하는 목사님, 화려한 이면에 정신적 공허함 때문에 자살이 늘어나는 여승무원,  오지에서의 선교하며 겪는 처절한 외로움과 신변의 위협을 겪는 선교사, 믿음으로 아이를 키우지 못해 후회하는 어머니, 등등 많은 이들이 나와서 자기의 사연을 들려 줄 때마다 참으로 다양한 군상의 여러가지 삶의 모습과 기도제목을 확인했다.  별의 별 사연이 담긴 기도제목들을 다 접하고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고 때로는 고개를 갸웃 거리기도 했다. (갸웃거린 이유는 뒤에 나온다)

 

12시 집회까지 마치고 다들 곯아 떨어진 후에도 만희 집사님과 나는 누워서 두런두런 새벽을 밝혔다. 만희 집사님 얘기론

지난 겨울 왔을 때랑 분위기가 다르덴다. 그때는 이렇게 젊은 층이 없었고 기도도 통성기도가 아니라 조용 조용히 하거나

관상기도를 하는 분위기였다 한다. 누가 참가하냐에 따라 기도의 내용과 제목과 분위기가 달라지고 서로의 관계의 정도와

질도 달라지는 것 같다. 예수원은 그런 모든 사람들이 그야말로 초교파적으로 넘나들고 같이 기도할 수 있는 곳으로

열린 공간이다. 아, 그리고 만희 집사님이 "우리 교회의 누구 누구 집사님도 참 달라졌어요. 누구 누구도 참 달라졌어요." 면서 그런 변화된 모습을 보는 것이 참 은혜롭고 감사하다고 한다. 근데 만희 집사님 본인이야말로 사람이 180도 바뀌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그래도 한가지 중요한 사실, 사랑한다면 그것을 위해 기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으...깨닫지만 말고 실천해야 되는디 약발이 얼마나 갈지) 그 대상이 사람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앓고 있는 사회문제, 혹은 4대강과 구럼비 앞바다이든 거칠것 없다. 그런데 사람과 자연만물과 소통하는 방식의 하나로 기도를 하되 내가 원하는 내용과 방식으로만 하지는 않아야 할 것 같다..참 어렵다. 열심히 기도하는 사람은 많은데, 그것이 다 맞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예수원이 중보기도처이긴 하지만 자신을 위해 기도해도 된다는 거다. 한다고 해서 잡아가는 건 아니다.

그런데 남을 위해 기도하다보니 자신을 비추게 되추는 것, 그 과정이 바로 자신의 기도이자 하나님의 뜻에 대해

열리게 되는 과정이라는 이야기를 박수영 집사님이 먼저 꺼내셨다. 그에 이어 유문향 집사님이 최근에 본 '야곱 신부의 편지' 영화 이야기를 들려 주셨는데, 딱 그 맥락과 맞닿았다. 어찌나 맛깔스럽게 얘기하시던지...

 

이 여정에서는 또한 나의 멘토가 되어 주고 있는 울 교회의 큰 언니님들과 함께 한 시간이 인상적이었다. 거기온 반듯하고 열심인 다른 기독교인들과는 좀 다른 멘탈을 가진, 쿠울한 우리들이었지만 그래도 다른 입장과 관점에 대해 많이 열리게 되었다.

그들과 다르다고 차이를 두고 구별을 강조해 온 것에 대한 태도는 약간 달라졌지만, 박수영 집사님의 말씀처럼,

타 문화나 다른 사회, 다른 종교에 대한 인권의식이나 배려 없는 폭력적 선교의식은 여전히 우리에게 생경한 부분이 있었다.

정말 총명하게 정리도 잘하신다. 박수영 집사님은...

 

2박 3일을 마무리 하며 셋째날 아침, 우리 넷은 모여 교인들을 위해 책갈피도 사고 같이 모여 교회를 위해 기도 하였다.

목사님이 주신 기도제목, 바로 그것이 바탕이 되어야 할 진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겠다.

우은정 목사님 결혼에 대한 꿈을 꾸신 김정신 집사님 꿈처럼 그런 디테일한 환상이 있으면 좋으련만...

아직 좀 영빨이 약하여 계시 같은 거나 뭐 환상 같은 것은 본 바 없다. (나는 없는데 다른 분들은 보셨는지 확인해 봐야 된다)

우린  역시 쿠~울한 영광교회 여신도다.

아, 그러거나 말거나...

결국에는 이 모든 것, 성령님이 역사하시리라....

 

정말 유문향 집사님 말씀처럼 3일이 한 일주일도 넘게 여겨진 듯,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끼고 체험하였다.

다른 분들도 가 보시라고 권한다. 그러면 아마 영광교회 한 7천 내지 8천명 쯤 되는 곳으로 알려질라... -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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