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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고 이야기

각별(別)

작성자가이아|작성시간26.06.12|조회수22 목록 댓글 0


각별(恪別)

나는 예의바른 내향인을 좋아한다.

밀롱가에서도 간혹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특징이 있는데 말을 별로 안 하고, 온화하게 미소짓고 있지만 크게 웃지 않고, 정적이고 삼가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다.

정적이고 삼가는 태도라는 건 어떤 식이냐 하면 이런 거다.

헤어질 결심에서 장해준(박해일)이 송서래(탕웨이)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내가 왜 서래 씨 좋아하는지 궁금하죠? 아니, 안 궁금하댔나? 서래 씨는요, 몸이... 꼿꼿해요. 긴장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똑바른 사람은 드물어요. 난 이게 서래 씨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헤어질 결심이 불교 메타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 대사도 그 맥락이라고 본다. 부처님의 모습을 보면 긴장하지 않으면서 똑바른 바이브를 느낄 수 있다.

반듯하지만 기개가 뻗치지 않고, 경계가 있지만 분명하게 선 긋는 느낌이라기 보단 완곡한 오라(aura)를 가진 느낌이고, 포용적인 듯 해 보이지만 은근히 범접하기 어려운 거리감이 있기도 한 그런 느낌이다.

나는 이런 사람과 춤 추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밀롱가에서 이런 분들에게 적극 까베를 하진 않는다.

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예의가 너무 바른 나머지 진심을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예민한 속마음을 배려로 잘 포장해 두었달까?

누가 다가와서 손신청을 하거나 해도 이들은 상대가 불편하지 않게 웬만하면 선뜻 받아준다. 하지만 그 자신은 내심 힘들어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까베를 해 보려고 가까이 가는데 그가 피하는 건지 그냥 이동한 건지 확실치 않게 자리를 옮겼다? 그건 피한 게 맞다.

그래서 나는 이들의 속마음은 자신만 안다는 가정 하에 눈치 없이 선 넘어서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 인사만 단정하게 하고 까베는 거리를 두고 기다리는 편이다.

밀롱가에서 아마도 가장 기쁜 순간 중 하나는 이런 분들이 조심스럽게 약간 다가와서 까베를 해오는 순간인 듯 하다.

이 분들 성격에 그만큼 다가왔다는 건 엄청 큰 용기를 낸 것이다. 그럴 때 이 분들은 안 하던 짓 하느라고 살짝 굳어져 뚝딱거리는데 그 모습은 정말 귀엽다.

이런 분들은 평소엔 거리를 두다가도 춤을 출 때는 상당히 진실하고 깊다.

차곡차곡 아껴둔 진심을 열어 조곤조곤 담소를 나누는 듯한 춤을 추고 나면 마음 깊은 곳이 따스해 지곤 한다.

겉에서 보기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춤이지만 둘 사이의 교감에는 둘만 아는 만족감이 있다.

춤을 추는 동안 그의 진정성에 감화받아 내 영혼도 조금 정화되는 기분이다.

춤이 끝나면 이 분들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냥 꼬옥 안아준다. 그건 로맨틱함도 아니고 욕망도, 갈구도 아닌, 진중한 존재감과 감사가 담긴 허그이다.

아브라소를 풀고 말로 전하지 못한 감동을 수줍은 아이컨택으로 나누기도 한다. 그 눈빛과 표정을 나눌 때면 땅고를 추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외향인과의 춤이 특별함으로 남는다면 이런 분들과의 춤은 각별하다는 느낌으로 남는다.

각별은 恪別(삼갈 각, 다를 별)이라는 한자를 사용하며, '어떤 일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태도 따위가 남다름'을 뜻한다고 한다.

삼가는 느낌이 들어있어서 그렇게 다르게 느껴지는 걸까?

다정함은 한 사람이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귀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깊게 깊게 머금고 다듬은 진주처럼 고운 다정함은 각별하게 아름다운 선물이다.

- Chica Jieun You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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