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의 주처(住處),남천축 보타락가산】
/ 지안 스님
관음신앙에 있어서
'관세음보살이 머무는 곳이 어디냐' 하는
주처(住處)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화엄경》에는 [보살주처품]이라는 품이 있다.
이 품에는 문수보살 등 여러 보살들의 주처를 밝히고 있는데
보살들이 머무는 근본 주처가 각기 다르다고 설해져 있다.
마치 사람들이 사는 주소가 다르듯이
보살들도 주소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 품에서는 관세음보살에 대한 언급은 없으나
《화엄경》의 마지막 품인 [입법계품]에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찾아 남행(南行)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거기에 보면 28번째로 남천축국 보타락가산(補陀洛迦山)에
가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한다.
이 보타락가산이 바로 관세음보살의 주처다.
관세음보살이 머무는 본래 장소가 보타락가산이라는 것인데
이 산 이름을 줄여서 '보타산' 혹은 '낙산'이라 한다.
이 보타산은 바다에 연접하고 있다.
그래서 관음성지로 알려진 기도 도량들이
대부분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관음도량으로는
남해 보리암과 양양 낙산사
그리고 강화 보문사가 있다.
3대 관음성지라 알려진 곳이다.
원래 불·보살은 시공을 초월한 존재이지만
유정세계의 특정 인연과 관계지어 주처설이 나오게 된 것이다.
관음신앙의 특징은 현세 이익을 추구하는,
다분히 현실적인 당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도에 임한다는 점이다.
물론 기도라는 것이 현세의 이익과 행복을 염원하는
중생심에서 일어나는 것이 상례이긴 하지만,
정토신앙의 아미타불 염불의 경우,
내세 위주의 발원이 있으므로 내생에 극락에
왕생하기를 빈다는 점이 현세 이익과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죽은 다음에 좋은 곳에 태어나고자 하는 것은
생의 의미를 내세까지 연결하는 것이고,
현재의 고난을 극복하려는 것은
현실 우선의 실리적 타산이 된다.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이
주불(主佛)과 보처(補處)의 관계이므로
정토신앙이 관음신앙과 별개의 것으로 분리되는 것은 아니지만
관세음보살의 자비는 아픈 환자의 병을 돌보아 주는 것처럼
현재 이익을 위주로 한다는 것이다.
《삼국유사》3권에 이런 영험설화가 소개되어 나온다.
경덕왕 때 한지리라는 마을에 사는
희명(希明)이라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가 낳은 아이가 태어난지 5년이 되어 갑자기 눈이 멀었다.
어느 날, 그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분황사(芬皇寺) 좌전(左殿)
북쪽 벽에 그려진 천수대비(千手大悲) 앞에 나아가
아이를 시켜 노래를 지어 빌게 했더니 마침내 눈을 뜨게 되었다.
그 노래에 이르기를,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천수관음 앞에 빌어 아뢰옵나이다.
천 개의 손, 천 개의 눈을 가졌사오니 하나를 내어
하나를 덜어 둘 없는 나에게 하나만 주시옵소서.
아아,
나에게 주시옵소서.
나에게 주시면 자비가 클 것이옵니다.”
이렇게 하여 눈 먼 아이의 눈을 뜨게 했다는
설화처럼 현실적 실익을 얻고자
관세음보살에 대한 신앙을 깊게 해왔다.
이 설화에서도 관음은 천수관음이다.
눈이 천 개, 손이 천 개라는 것은
결국 광대무변한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뜻하는 것이다.
밀교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티베트에는
특별히 천수관음상이 많으며
실제 천 개의 손을 그린 관음 탱화가 있다고 한다.
이 관음상은 중생들의 명을 연장해 주고,
죄업을 소멸해 주며 병을 낫게 해 주는
특별한 위신력을 갖추고 있다 한다.
"신통력을 갖추어 널리 지혜 방편을 닦아서
시방의 모든국토에 어느 곳이나 나타나지 않은 곳이 없다
[具足神通力 廣修智方便 十方諸國土 無刹不現身]”는
관음찬의 송(頌)처럼 대비 구원의 손길을
중생세계에 언제 어디서든지
뻗쳐 주지 않음이 없는 분이 관세음보살이다.
나무 관세음보살
- 지안 스님 / '천수경 이야기' 에서
- 그 림 / 불모 본연문도님 [기룡관음보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