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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성명서

(성명서) 영재고, 과학고의 설립 취지에 맞는 제도 마련과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을 촉구한다

작성자김요섭|작성시간21.01.10|조회수102 목록 댓글 0

얼마 전 한 예능프로그램의 출연자를 두고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경기과학고(영재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고등학교 재학 중에 꾸준히 의대 진학을 준비하여 6곳의 의대에 합격한 이야기가 다루어졌는데, 고등학교 설립 취지에 반하는 진학을 자랑스러운 사례로 소개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이냐에 관한 논란이다.

영재학교(이하 영재고)와 과학고는 각각 이공계 분야, 과학 분야 우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세워진 학교이다. 국내에는 영재고 8교, 과학고 20교 총 28교에 약 7,00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영재고와 과학고는 각각 전국단위와 광역시도 단위에서 우수 학생을 선발하고 있으며 두 학교의 최근 3년간 입학경쟁률은 각각 14:1, 3.5:1을 웃돌 정도로 치열하다. 그간 영재고와 과학고에 대해서는 과도한 입학 경쟁으로 인한 사교육비 증가, 교육 기회 불평등 심화, 학생의 쉼 없는 비정상적인 삶 등의 문제가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에 더해 과학 기술 분야 인재 양성이라는 학교 설립 목적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간 해당 연도 졸업생 기준 345명(재수생의 정시 진입까지 더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이 의약학계열 대학에 진학했다는 사실은 다시금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비단 학교의 설립 취지 훼손 문제만은 아니다. 현재 영재고와 과학고에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되고 있는데 학교별로 수십억 많게는 백억 이상의 예산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예산으로 학생들의 장학금과 우수 교원 배치, 각종 실험 연구 등을 지원하고 있는데 일반고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혜택을 다 받고, 학교 설립 취지인 과학 기술 분야가 아닌 의대를 진학하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자 해당 교육을 받고 싶었던 다른 학생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이며, 또한 이렇게 편법적으로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된다는 것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하는 지점이다. 영재고와 과학고 출신들이 의대로 진학하는 행위는 개인의 선택권 차원이 아닌 공공성 훼손 차원에서 봐야 한다.

작금의 실태를 성찰해볼 때,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현장 교원 및 연구자 등으로 이루어진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와 교육과정디자인연구소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학교 설립 목적에 반하는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라.

 

국민의 혈세 낭비와 다른 학생들의 교육 기회 박탈을 막기 위해 영재고, 과학고 학생들의 의대 지원 시 졸업 학력을 부여하지 말고, 의약학계열 지원자격 제한을 의무화하는 엄격한 제도화가 필요하다.

현재 일부 학교에서는 의약학계열 진학 시 장학금 환수, 교사 추천서 미발급 등의 조치를 하고 있으나 실효성이 낮고 그마저도 일부의 사례에 국한된다. 특히 재수생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으며 향후 학종 간소화 조치로 인한 교사 추천서 폐지 국면에서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또한 의대 학종에서 교사 추천서를 필수로 요구하지 않는 학교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진입장벽이 더욱 낮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좀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들 학교의 학생이 우수 학생이라는 인식 하에 의대로 데려오려고 하는 대학들의 모습을 볼 때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요구된다. 영재고나 과학고의 의대별 진학 비율 및 진학자 명단 공개, 의대 진학비율이 높은 영재고 및 과학고에 대한 감사 실시 및 예산 불이익 강화, 영재고와 과학고 출신이 의대 진출 시 강력한 감점제 적용 및 비율이 높은 대학에 대한 예산 지원 감축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설립 취지를 망각한 채 학교 간 서열화와 사교육 심화 등 불평등을 야기함으로써 2025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교훈삼아 영재고와 과학고의 모습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2. 소수 엘리트 교육을 넘어 모든 학생을 위한 수월성 교육을 실시하라.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 입에서는 ‘실패와 좌절’이라는 단어가 오르내리고 있다. 과도화된 고교서열화와 이에 따른 선발 과정에서의 실패 경험은 어린 학생들에게 낙오와 좌절의 경험을 주고 있다. 영재고와 과학고는 사교육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진입이 어려운 불공정한 입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소수만을 위한 수월성 교육은 엘리트 교육으로 인식되었고, 수월성의 의미를 성적으로만 바라보게 하였다. 이제는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으로 관점을 확장해야 한다. 모든 학생들의 수준과 관심, 재능과 필요, 진로를 고려하여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키우는 교육으로써의 수월성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과학고와 영재고에 관한 근본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정상적으로 중학교 교육을 받아도 진학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입학전형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과학고와 영재고를 위탁학교 형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원적교에서 추천을 받아 일정 검증을 거쳐 과학고와 영재고에서 특정 교과목 내지는 프로그램 위탁을 받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동시에, 과학고와 영재고의 교육과정을 지역에 개방하는 ‘공유 교육과정’ 내지는 ‘네트워크형 교육과정’을 구현하는 학교 모델로 개편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중심으로 이루어진 고교 체제 개편의 논의에 과학고와 영재고도 포함시켜야 한다. 우수한 학생들을 별도로 선발하여 그들만 특별한 교육을 받는 고교 체제를 종식시키고, ‘체제는 단순하게’, ‘학교와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서 교육과정은 풍성하게’ 운영되는 새로운 고교 체제를 디자인해야한다.

현재 우리나라 고등학교의 유형은 다양화되어 있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획일화되어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학교 교육에 있어 교육과정 다양화와 특색화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개별 학교의 노력은 물론이요, 개별 학교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고교 간 연계와 협력, 교육과정의 다양한 운영을 위한 학교와 지역사회 네트워크 강화로 자유롭게 학교와 지역사회를 넘나들며 배울 수 있는 교육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하며,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개별 학교 혼자서 성장시키는 학생보다는 마을이 함께 협력적으로 성장시키는 학생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영재고와 과학고의 체제 개편이 시급하다.

 

 

2021년 01월 10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교육과정디자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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