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를 환영한다.”
교육디자인네트워크는 교육부가 지난 해 12월 27일 발표한, 모든 아이를 위한 출발선 균등교육 실현을 위해 유아‧놀이 위주의 교육과정을 개편하며, 방과후수업 프로그램에 난립해 있는 한글·영어교육 등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유아교육 혁신방안’을 적극 환영하는 바이다.
인간 발달의 결정적 시기인 유아기는 ‘학습’이 아닌 ‘놀이’를 통해 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므로, 유아교육에서는 유아들의 생활과 밀접한 내용으로 오감을 활용한 자발적 놀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만 5세 이하의 교육 실태를 보면 다양한 조기교육이 성행하고 있고, 그 중에 특히 영어몰입교육, 파닉스교육, 놀이식 영어 교육 등은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조기영어교육이 과잉언어증을 유발하거나 두뇌의 균형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며, 유아의 정서적 발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어 이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변칙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초등 1, 2학년 방과후 중국어 수업이나 영어유치원(사설 학원)으로 어린 학생들의 부담이 증가함과 동시에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가중과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유아교육 비전공자인 특성화 강사가 유아들의 발달적 연속성을 고려하지 않고 학습의 진도를 강조할 경우, 오히려 유아들의 학습에 대한 흥미가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초등학교와의 연계 면에서도 배움에 대한 즐거움이 약화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검증되지 않은 원어민에 의해 진행되는 영어수업은 자칫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유아들에게 문화적 혼란을 유발할 수도 있다.
한편, 2014년 시행된 선행교육금지법에 따라 영어교육의 공평한 첫 출발선이 초등학교 3학년으로 자리 잡게 되었지만, 일부 단체들의 반발과 민원으로 한시적으로 1,2학년 방과후 영어를 허용한 적이 있었다. 이는 분명 선행교육금지법에 저촉되는 것이며, 2018년 2월까지를 그 허용기간으로 한 교육부의 유예기간을 그대로 추진하는 것은 초등학교 영어교육과정을 정상화하는데 옳은 판단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발달적 성숙의 연속성을 고려하는 것이다. 선행학습금지법의 취지를 살려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이 폐지된 만큼 유아들의 발달적 성숙을 연계하여 유아교육에서도 영어교육이 폐지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에 교육부와 중앙정부에 대하여 몇 가지 당부를 하고자 한다.
첫째, 무엇보다 유아를 중심에 놓고 영어교육의 필요성을 고민하길 바란다. 이익단체의 이해관계나 압력에 흔들리지 말고, 오랜 시간 사교육시장에 흔들려왔던 유아교육이 공교육으로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교육부다운 결정을 내리길 촉구한다.
둘째, 유아교육이 유아들의 발달과 성장을 지원할 수 있도록 유아중심‧놀이중심 교육과정을 실현해 갈 수 있도록, 누리과정 개정 등의 교육과정 지원과 유아교육법 개정 등의 법률적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길 바란다.
셋째, 선행학습금지법에 위배되는 사안에 대해 철저하게 단속하고 원칙대로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특히 편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영어유치원(사설학원)이나 초등 저학년 방과후학교 내 중국어 등 조기 외국어교육에 대한 단속을 조속히 시행하길 바란다.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는 유아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첫걸음으로, 유아들의 발달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고 자발적 놀이를 통하여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바람직한 길이라고 본다. 교육부가 의지를 갖고 시작한 유아교육에 대한 혁신적 도전을 멈추지 말고, 끝까지 사명을 갖고 관철시켜나가기를 적극 지지하는 바이다. 오늘의 혁신적 변화가 유아교육이 제자리를 찾고 미래사회 변화를 이끌어가는 신호탄이 되길 기대해본다.
2018년 01월 08일
교육디자인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