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http://www.edupress.kr/news/articleView.html?idxno=7753
(에듀프레스, 2021.08.07.) 교육지원청 '부교육장' 신설 추진..
(성명서) 고위직 자리만 늘리는 탁상입법!교육지원청 부교육장 신설 입법안 즉각 철회하라!(2021.08.08.)
지난 8월 5일,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은 교육지원청 부교육장직 신설을 골자로 하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안번호 11932)을 대표 발의하였다.
발의 안의 주요 내용과 목적은 다음과 같다.
- 교육지원청에 일반직 지방공무원을 부교육장으로 보하여 기초자치단체 부단체장(부시장, 부구청장)과 대등한 지위에서 교육협력사업을 수행함으로써 원활한 교육행정 서비스를 제공한다.
- 부교육장 신설로 교육지원청과 일선 학교 현장의 소통을 강화하여 업무 처리의 신속성 및 효율성을 가져온다.
교육정책 전문성과 현장성을 지향하는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와 교육과정디자인연구소는 교육지원청의 자리 늘리기식 부교육장 신설 입법을 반대하며, 즉각적인 입법 발의 철회를 요구하는 바이다.
1. 부교육장 신설은 일반직 공무원의 자리 늘리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원활한 교육협력사업 추진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현재 교육지원청의 교육장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 임명직인 교육장과 선출직인 기초자치단체장의 균형이 맞지 않아 교육협력사업 추진의 시작부터 어긋나 있는 상황이다. 교육지원청의 권한과 자율성에 한계가 있고, 예산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기관의 정체성이 모호한 상황에서 부교육장 신설이 교육협력사업에 어떠한 효과를 가져올지는 의문이다.
교육지원청 부교육장 신설 법안은 교육 전문성에 기반하지 않은 단지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의한 추진이거나 제대로 실태 파악 조차 못한 것으로, 교육협력사업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오히려 부교육장 신설은 교육지원청의 칸막이 현상과 의사소통의 병목현상, 관료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2. 학교 현장과 지역교육을 지원하는 교육지원청 본연의 역할을 찾기 위한 실질적인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전국에 교육지원청이 176개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한다. 하지만 더욱 놀라는 것은 176개 교육지원청이 학교를 위해, 지역 주민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이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교육지원청은 시도교육청과 학교 사이에서 공문과 예산, 행정을 처리하는 단순한 터미널 역할만을 하고 있다. 교육지원청은 왜 터미널이 되었는가? 2010년 지역교육청의 명칭을 교육지원청으로 바꾸면서 학교를 감독하는 기능에서 탈피해 학교와 교실 수업을 지원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1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명칭 변경 이외 현장 변화의 체감도는 현저히 낮다. 여전히 교육부나, 시·도교육청 의존도가 심한 상황이며, 그만큼 자체적으로 정책을 기획하여 실시할 수 있는 권한과 재량권이 약하다.
부교육장이라는 특정 공무원의 자리 늘리기를 모색하기 이전에 현재 교육지원청이 학교 현장의 교육행정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는 원인을 면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교육지원청이 교육자치와 학교자치 시대에 걸맞은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역량과 전문성 강화라든지 경직된 조직문화 개선, 업무와 조직 효율화, 교육청(본청)권한의 교육지원청 권한 이양, 교육장 임용 방식 개편 등을 종합적으로 설계한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우선, 교육행정 수요에 맞춰 교육지원청의 역할과 구조, 철학 등 조직 전반에 대해 큰 틀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교육지원청이 지자체의 중간지원조직과 같이 지원과 서비스 조직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명확한 비전과 철학 없이, 단순히 조직을 확대하고, 인력을 늘리고, 상위 직급만 확대하는 방식으로 일을 추진하는 것은 현장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교육자치와 학교자치의 관점에서 교육지원청 개혁은 시작되어야 한다. 현재의 터미널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교육지원청이 이제는 학교 현장과 각 주체들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지원센터로 변모해야 한다. 행정은 광역으로 통합하고, 학교에서 어려운 일을 실제로 돕는 지원 기능은 강화해야 한다. 지금 학교 현장이 교육지원청에 원하는 것은 부교육장 신설이 아니라, 돌봄교실·방과후학교·고교학점제·시설관리·마을교육공동체 등 현장에서 절실히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영역에 두 손 걷고 나서는 모습이다.
또한 이러한 개혁을 위해서 교육자치 강화를 위한 4년 단위의 교육장 직선제나 공모제를 과감하게 추진하는 등 과감한 제도 개선을 시도해야 한다. 1년-2년 정도만 근무하는 현행 임명제 방식의 교육장 체제로는 지자체장과 대등한 입장에서 업무 협조를 얻어내기도 힘들다.
마지막으로, 176개 지역교육청의 숫자도 재점검 할 시기이다. 충북의 경우 인구 60%가 모여있는 청주에도 1군데 교육지원청이 있으며, 단양에도 교육지원청이 있다. 서울은 2-3개의 자치구에 교육지원청이 한 군데씩 있지만, 경기도는 31개 시·군·구에 25개 교육지원청이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온라인 기술이 활성화 되는 상황에서 교육지원청의 통·폐합도 고려해볼 시점이다. 온라인 행정 시스템을 잘 구현하여 시설, 감사, 예산 등의 행정 체계는 광역 내지는 거점 단위로 통합하고, 시군구별로 학교현장 지원과 마을교육공동체를 활성화하는 플랫폼 내지는 중간지원조직 성격의 지원 센터를 확대해야 한다.
최근 들어 일부 교육청에서 학교지원센터 내지는 통합지원센터를 시도하고 있는데, 의미있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일부 센터만의 지원이 아닌 조직 전체가 지원센터로 변모해야 한다. 추후, 이러한 변화와 함께 학교 및 마을교육지원센터 등으로 교육지원청의 명칭 변경도 검토할 만하다.
무분별하게 조직을 확대하고 키우기 이전에 현행 조직의 성과와 한계 진단을 먼저 해야 한다. 즉, 성찰과 반성이 먼저이다. 안타깝게도 시민사회의 교육지원청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적지 않다. 외부의 요구에 둔감하게 대응하면서, 경직된 과거의 문법에서 탈피하지 못한 결과이다. 동시에, 자리 늘리기 방식의 땜질식 처방이 조직의 비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통과된 지 30년이 도래하였고, 교육감 직선제를 시행한지도 10년이 넘었다. 교육지원청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바탕으로 개혁이 요구되는 이 엄중한 시기에 과연 누구를 위한 ‘고위직 공무원 자리 늘리기’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가? 학교자치와 교육자치는 사람을 늘리고, 부서를 신설하고, 조직 명칭만 바꾼다고 해서 이뤄지지 않는다. 학교자치의 관점에서, 미래교육의 시각에서, 학생, 학부모, 교원, 지역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교육지원청의 새로운 역할과 방향을 제시하는, 책임있는 입법기관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2021. 8. 8.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교육과정디자인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