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경기도 신규 초등교사의 만행을 고발합니다. 교사로서의 자질이 없는 사람이 교사가 되어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온라인에서 패륜적 언행을 일삼은 A씨가 임용시험에 합격되었으나, 이를 취소하고 교사자격증을 박탈해달라는 것이었다. 관련하여 경기도교육청은 5월 모욕죄와 명예훼손 등으로 A씨를 고발했으나, 친고죄에 해당하여 수사 종결된 바 있으며 이후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은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발표하였다.
- 경기지역 공립 초등교사 임용시험 합격자 A씨의 임용자격 박탈은 현행 법령상 불가능하다.
- 교육공무원법에 임용시험 합격을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은 채용후보자의 자격을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이 있으나, 교육공무원법은 성폭력 범죄 등 교육공무원(교사) 결격사유만 규정하고 임용시험 합격자의 임용자격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는 따로 두지 않고 있다.
(※ 참고로 올해 초 극우커뮤니티에 성범죄 정황이 의심되는 글을 작성했던 경기도 7급 공무원 신규 임용 합격자가 ‘임용 취소’되는 사건이 있었다. )
이와 같은 논란이 일면서 최근 교육공무원법 개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류호정 국회의원과 최종윤 국회의원은 지난달 각각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두 발의안 모두 '임용후보자로서 품위를 크게 손상하는 행위를 하는 등 교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기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임용후보자 자격을 상실한다'는 신설 조항이 들어있다.
현재 A씨는 임용후보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으며 군 복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법령대로라면 A씨는 전역 후 3년 안에 교사로 발령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교육정책 전문성과 현장성을 지향하는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는 패륜적 글을 올린 임용후보자의 임용취소를 요구한다. 또한 추후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교원양성과 임용 시스템의 강력한 개혁을 요구하는 바이다.
1. 물의를 일으킨 해당 당사자의 임용취소를 강력히 요구한다.
국회에서 발의된 입법안을 참고하여, 하루속히 법적 근거를 만들어 패륜적 망언을 한 해당 당사자의 임용을 취소해야 한다. 이러한 반사회적 발언과 행동을 한 예비교원들이 일부라도 교단에 들어오게 되면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는 다른 단체들과 연대하여 해당 사안을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이 사태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교원뿐만 아니라 학부모, 시민과 언론 등 사회 전반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해당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조속히 해당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2. 근본적으로, 건전한 인성과 공공의 가치를 실천하는 시민성을 가진 이들이 교단에 설 수 있게 교원 양성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과거 S교대 단체대화방 성희롱 사건 등에서 보듯, 일부 예비교사들의 자질 문제가 계속하여 불거지고 있다. 이는 양성과정에서부터 교사로서의 기본 자질과 품성이 부족한 이들을 충분히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지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런 사안을 조기에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양성과정부터 검증을 체계적으로 실시하여야 한다. 현행 교원양성 시스템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현실적이지도 않는다는 비판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예비교사들의 인성·역량검증을 양성기관이 아닌 시·도교육청과 학교 현장에서 연구하고 검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일정기간 동안 다면평가 등 검증 이후에 최종 교원 임용고사 합격자를 발표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3. 추후 유사 사례 발생을 막기 위해, 인성을 검증하고 교단에 설 수 있도록 교원 임용 시스템을 강력하게 개혁해야 한다.
건전한 인성을 가진 이들이 임용될 수 있도록 교원 임용고사제도에서 이를 강력하게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교원은 대통령령에 의해 무시험검정으로 적성 및 인성검사를 보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일회성의 적성 및 인성검사는 응시자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최근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가 실습학기제의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개혁 방안이 될 수 있다. 정량적·일회적인 평가를 벗어나 정성적·종합적인 평가와 체계적 검증 시스템 도입이 필요한 때이다.
4. 정량적인 현행 교원 임용고사의 한계를 인식하고, 17개 시·도 교육청이 함께 미래지향적인 교원 임용고사 시스템 개편을 논의하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교원 임용고사를 하루(1·2차 당일)에 걸쳐 보는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현행 교원 임용고사는 1일간 시험을 보기 때문에 정량적인 방식의 시험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체제는 임용고사 사교육을 통해 교원이 양성되는 부작용을 만들어낸다. 현재 이와 같은 정량적인 방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정성적인 방식의 평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구시대적인 시스템을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 현재 17개 시·도교육청에서 각각 교원임용고사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모든 시·도가 함께 교원 임용제도를 고민하는 단위(기구·기관)를 만들어서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 이렇게 된다면 향후 학령인구 감소와 임용TO 감축 시에도 공동대응하기에 용이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원 양성-임용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재건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을 경주할 것을 요구한다. 양성-임용은 교원 정책의 핵심이며, 공교육의 상징이다. 이것이 붕괴된다는 신호가 많은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누수 현상을 하루속히 막고, 공교육의 신뢰 회복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제안한다. 앞으로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는 본 사안의 해결 과정과 결과에 대해 끝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다.
2021. 8. 18.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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