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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성명서

(성명서)지방의회의 학생인권 조례 폐지안건 결의를 규탄한다 (2024.4.28)

작성자정영현|작성시간24.04.28|조회수21 목록 댓글 0

서울특별시와 충청남도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안건 결의를 규탄한다. 교육 당국은 특정 정치 이념 세력의 학교 인권 보장 무력화 움직임에 단호하게 대처하라!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역사(歷史)의 흐름을 역사(逆史)로 바꾸는 패착(敗着)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고, 모든 학생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1948년 UN이 처음으로 인권을 선언한 후 53년이 지난 1991년에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비준했다. 하지만 199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의 학교는 교정기관과 더불어 인권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95년에는 강제적인 야간자율학습 참여에 대한 소송이 제기되었고 2000년에는 학생 두발 자율화를 위한 학생 인권 보장 서명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2004년에는 사립학교 교육과정의 종교 자유 침해 사실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었다. 학생인권조례가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여러 시·도에서 차례로 제정되어 시행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충청남도와 서울특별시 의회는 학생 인권 보장의 ‘최소 보루’인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충남학생인권조례’는 수년간의 치열한 공방 끝에 2020년에 어렵게 제정되었으나 충청남도는 3년 만에 전국 ‘최초’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였다. 충청남도의 경우 종교단체를 비롯한 보수 시민단체에서 주민 청구를 위해 제출한 주민 서명 중 동일인의 서명이 다수 발견되어 주민 청구 폐지안 처리에 제동이 걸리자 충남도의회에서 즉각 나서서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본회의에 회부된지 10일 만의 일이다. 충청남도의회는 재적 의원 47명 중 35명이 국민의 힘 소속 의원이다.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시행 12년 만에 폐지되었다. 서울특별시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과정도 충청남도의 그것과 닮아있다. 서울시의회도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함으로써 학생 인권을 후퇴시키는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당초 주민 조례 청구를 받아 들여 폐지안을 발의했는데 서울행정법원이 효력 정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심의가 불가능해지자 특위를 통해 의원 발의 형태로 폐지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고 의석의 다수를 점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단독으로 처리하는 민첩함을 보인 것이다.

‘학생 인권’을 편향된 이념적 시각에서 가치 판단하는 세력은 각성해야 한다.
‘인권’은 ‘인간이기에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태어날 때부터 가지는 고유의 권리’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가진다.’고 선언하고, 이하 제37조까지 평등의 원리, 자유권, 참정권, 사회권, 청구권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인권은 ‘모든 사람은 성별, 연령, 인종, 피부색, 출신 민족, 출신 지역, 장애, 신체조건, 종교, 언어, 혼인, 임신, 사회적 신분, 성적지향, 정치적 또는 그 밖의 의견 등과 관계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가진다.’는 가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면 ‘인권’은 이념 편향적인 속성을 가진 것인가?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면 다른 권리는 축소되거나 사라지는가? ‘인권’은 보장해야 할 무소불위의 가치일지라도 ‘학생’이라는 명사를 붙일 경우에는 그 의미가 정치적인 성격을 띠게 되는 것인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부르짖는 노동자들에게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프레임을 덧씌운 1970년대의 ‘그들’과 ‘학생인권조례’를 이념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서둘러 폐지하려는 ‘이들’은 어떻게 다른가?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을 불러왔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학생인권조례’를 읽지 않았거나 오독한 것이다.
교권 추락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시·도의회 의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께서는 자녀를 둔 학부모 입장에서 조례의 내용을 제대로 읽어 보았는가? ‘학생인권조례’에서 이념 편향적인 부분은 어디이고, 성적인 타락을 불러 오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독소 조항은 어디인가? 교권을 침해하고 교원의 지위를 추락시킬 수 있는 조항은 무엇인가? 그렇다고 보는 수구 우익 정치 세력과 시민단체의 시선은 편향되거나 굴절되지 않았는가?
교권이 추락하고 침해당했음을 증명하는 일련의 비극적 사건은 교권을 보호할 수단과 정책이 부재했거나, 있었다 하더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3년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빌미로 정치인들은 마치 자신들이 그동안 교원의 인권 수호자였던 것처럼 교권 보호 관련 법안을 쏟아내고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한여름 땡볕에서 서이초 선생님을 추모하는 교원들의 모임을 정치적 행위로 규정하고 징계 운운했던 이들이 오히려 서이초 사건을 학생인권조례 폐지의 지렛대로 삼아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학교가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고 책임 교육을 실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학생인권조례’의 상징적 가치에서 비롯된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학교 교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 요소가 아니다. 더디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 오고 있었지만 ‘학생인권조례’는 인권의 치외법권 지역이었던 학교에 인간다운 교육을 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 준 것이 사실이다. 학교와 교직원이 학생이 겪는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고, 한 명의 학생도 소외되지 않는 수업과 교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조례’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학생’도 ‘인간’이고 ‘존엄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학교 교육의 민주성을 확보하게 해 주고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을 실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었다. 다시 말해 학교는 ‘학생인권조례’의 법적 효력 때문이 아니라 조례가 가진 ‘학생 인권 존중’이라는 무게감을 모두가 인식하고 있기에 인권의 양지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교육 당국은 학교를 다시 인권 보장 사각지대로 몰아 넣으려는 책동에 단호하게 대처하라.
충청남도와 서울특별시 지방의원들은 ‘헌법의 정신’과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가치 위에 무엇이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국민의 힘 소속 지방 의원들이 ‘정치적 이익’과 ‘진보 이념의 악마화’를 통해 얻으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학생인권조례’ 폐지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은 일부 보수 기독교계가 ‘성경’의 가르침을 ‘있는 그대로’ 배우고 실천하느라 인권과 헌법도 그 아래에 두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서울특별시와 충청남도의회는 학생을 인간답게 가르쳐 보자는 ‘학생인권조례’를 화풀이하듯 허겁지겁 폐지한 이유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지방 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을 엄중한 사태로 인식하고 학교의 인권 보장 수준을 1990년대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려는 정치 세력과 시민 단체의 생떼 쓰기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교권 침해를 학생인권조례로 섯불리 규정한 대통령과 교육부의 책임이 있다. 일부 학생들이 교사들의 정상적인 교육행위를 방해하는 경우는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인권 교육을 받지 못해 인권감수성이나 공동체성이 부족해서 나타난 현상으로 봐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조례의 부분 개정이나 별도의 방안으로 해결해야지 학생인권조례폐지로 해결하는 것은 그 대책의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었다. 지역마다 학생의 인권 보장 수준이 달라서는 곤란하다. 이제 국회에서 아동·청소년 인권을 법률로 보장해야 한다.



2024. 4. 28.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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