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하늘의 물고기
돌다리는 물 위에 놓인 기억의 등뼈,
건너온 발자국들은 이미 다른 새들의
그림자가 되어 수면 아래를 헤엄친다.
벤치는 오래전부터 누군가의 빈 시간을 먹고
자란 나무,
앉는 순간 등받이에서 풀씨 같은 침묵이
날아오른다.
분수는 하늘에 난 작은 우물.
물은 위로 떨어지고 구름은 아래로 흘러
서로의 자리를 바꾸어 입는다.
나뭇잎들은 제각각의 언어로 흔들리는데
멀리서 보면 한 마리 거대한 물고기가 초록
하늘을 뒤척이는 것 같다.
나는 그 사이에 앉아
주머니 속 시간들을 꺼내 벤치 곁에 가지런히
놓아둔다..
그러자 팔과 다리는 서서히 나무의 결이 되고,
눈동자에는 구름 한 점이 뿌리를 내린다.
나는 잠시 사물이 된다.
돌다리도 아니고 벤치도 아니고 분수도 아닌,
그들 사이에 놓여 있는 이름 없는 쉼표 하나.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세상은 나를 읽지 않고,
나는 천천히 풍경 속으로 번져 간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