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국이 늘어진 뒤안
잔잔한 바람이 스친다.
전에 아버지, 어머니도 스치던 바람이다.
사발꽃이라 불리던 목수국이
영자 가슴만큼이나 늘어지던 뒤안 울타리 앞.
노간주나무 가시는
오히려 윤이 나고 부드러웠다.
나무 송판으로 짜인 큰 대문,
수많은 손길에 닳은 문고리와
비바람에 빛바랜 나무결 사이로
계절들은 말없이 드나들었다.
아이들은 자라고,
어른들은 늙어가고,
집 안팎의 사연들도
낡은 나무결처럼 켜켜이 쌓여 갔다.
이제는 사라진 그 자리를
예전처럼 바람만은 지나친다.
함박꽃은 그 다음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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