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틈, 작은 여유
아침 샤워를 마치고 나면, 식사 전까지 잠시 비어 있는 시간이 있다.
길어야 몇 분 남짓이지만, 요즘 내게는 제법 소중한 여유다.
예전에는 이 시간보다 훨씬 이른 새벽을 걸었다.
수십 년 동안 아침 산책을 하루의 시작으로 삼았다.
계절이 바뀌고, 비가 오고, 눈이 내려도 웬만하면 길을 나섰다.
걷는 일은 습관이었고, 생활이었으며, 어쩌면 나를 지탱하는 작은 기둥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하는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산책이 하나둘 빠지기 시작했다.
몸이 고단하다는 이유도 있었고, 피곤함을 이기고 밖으로 나설 만큼 마음의 힘이 예전 같지 않은 탓도 있었을 것이다.
한 번 거른 산책은 두 번이 되었고, 어느새 아침길은 내 일상에서 멀어졌다.
돌이켜 보면 사람은 참 잘 적응하는 존재다.
바쁘게 움직여야 하면 그에 맞춰 살게 되고, 고단한 생활이 이어지면 또 그 나름의 리듬을 만들어 낸다.
예전에는 산책이 하루를 열어 주었다면, 지금은 샤워 후 잠시 앉아 있는 몇 분의 시간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물론 가끔은 아쉽다.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 하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삶은 늘 같은 모습으로 흐르지 않는다.
어떤 것은 사라지고, 어떤 것은 새로 생겨난다.
중요한 것은 변화 자체보다, 그 변화 속에서도 자신만의 균형을 찾아가는 일인지 모른다.
오늘 아침도 샤워를 마치고 잠시 창밖을 바라본다.
비록 산책길은 멀어졌지만, 이 짧은 여유만큼은 아직 내 곁에 남아 있다.
그리고 나는 또 하루를 살아갈 준비를 한다.
아침은 서두르지 않는다.
다만 묵묵히 하루를 밝힐 뿐이다.
작은 틈에서 하루가 열리고, 사소한 여유가 삶을 지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