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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쎄의 산문

말없이 이어지는 것들

작성자폴쎄|작성시간26.06.05|조회수24 목록 댓글 0

말없이 이어지는 것들

 

 

바람이 제법 분다.

푸른 하늘에는 거대한 구름 하나가 천천히 흘러간다.
그 움직임이 눈에 보일 만큼 또렷하다.

 

하늘은 살아 있는 문장처럼, 한 줄 한 줄 자신만의 길을 쓴다.
이에 맞추듯 나무 한 그루가 몸을 흔든다.
바람은 하늘에서 시작되었지만, 나뭇가지 끝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그 구름 하나를 오래 바라본다.
문득 나와 자연은 말없이 서로를 이해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 우리는 어쩔 수 없는 한편이다.

 

나무가 흔들리고, 구름이 움직이는 동안, 나 또한 그 풍경 속에 서 있다.
심장 박동이 바람과 함께 어깨를 스치듯 울린다.

살아 있다는 것은, 세상의 움직임과 눈에 보이지 않게 호흡을 맞추는 일이다.

 

 

가끔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혼잣말이 늘어난다.
모르는 사람은 한가하게 염불이나 외우고 있다 하겠다.
하지만 내가 듣고 있는 것은 바람의 말이고,
내가 나누고 있는 것은 자연과의 대화다.

 

누군가에겐 그저 수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게는, 구름 하나와 흔들리는 나무 한 그루가 삶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글이란 어쩌면 마음의 무게를 재는 일인지도 모른다.
바람을 따라가고, 구름을 따라가며,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를 마음의 저울에 올려놓는 일.

 

 

한참 세상을 흔들던 바람도 조금씩 잦아들었다.
아까까지 술렁이던 나무들은 숨을 고르고, 하늘의 구름은 여전히 제 갈 길을 간다.
바람이 멎었다고 흐름이 끝난 것은 아니다. 다만 울림이 낮아졌을 뿐이다.

 

 

나는 그 조용해진 풍경 속에 서서 다시 귀를 기울인다.
이제는 나뭇잎보다 작은 소리들이 들리는 듯하다.
멀리서 흘러오는 일상의 소리, 그리고 내 안에서 규칙적으로 이어지는 심장의 박동.

 

 

오늘도 하늘은 구름으로 문장을 쓰고, 나무는 흔들림으로 말을 한다.
바람은 그 사이를 오가며 둘을 이어준다.
그리고 나는 그 곁에서 말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게 아침은 지나가고,
말없이 서로를 이해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이 모든 것들의 가장 작은, 그러나 분명한 방식인지도 모른다.

 

/

 

몸에서 머리카락 몇 올 뽑혀 나가듯,

비듬 몇 조각 흘려버리듯.

크게 세상을 흔드는 글이 아니어도,

이렇게 조금씩 이어가는 과정에도 나름의 의미는 남는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글이라는 것도 결국

자신의 호흡과 시간을 기록하는 작은 흔적이니까.

 

ㅎㅎ

이 마음으로 하루하루 이어가는 글이 쌓이다 보면,

어느 날에는 작은 흔적들이 모여

나만의 색 하나쯤은 남기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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