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끈해진다는 것
글을 쓰다 보면 예전보다 문장이 매끈해졌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군더더기가 줄고,
흐름도 자연스러워지고,
하고 싶은 말도 어느 정도 정리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럴수록
내가 아닌 누군가의 글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예전의 글에는 서툰 부분이 많았다.
문장이 삐걱거리고,
생각이 옆길로 새고,
감정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나만의 체온 같은 것이 있었다.
매끈해진다는 것은
어쩌면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일인 동시에,
무심코 소중한 것까지 깎아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끔은 잘 다듬어진 문장 앞에서
낯선 사람을 만난 듯 멈칫하게 된다.
이 문장이 정말 내가 쓴 문장인가.
이 생각이 정말 내 생각인가.
글이 좋아진 것인지,
아니면 글쓰는 사람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것인지.
물론 그것도 지나가는 생각일 것이다.
다만 요즘은 완성된 문장보다
가끔은 비뚤고 서툴지만 살아 있는 문장에 더 머물게 된다.
돌아보면 사람도 그렇다.
너무 매끈한 사람보다
어딘가 부족하고,
설익고,
망설이는 사람에게 더 오래 마음이 끌린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조금 덜 다듬어진 나를 완전히 버리지 못한다.
그 안에 내가 남아 있는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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