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나의 일기를 읽을 때
지난 나의 일기를 읽으면,
분명 내가 쓴 글인데도 낯설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 같으면서도 다른 사람이다.
이미 지나간 생각과 감정,
당시에는 절박했던 고민들이
시간이 흘러 기록으로 남아 있다.
오래된 일기를 펼쳐 읽는 일은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일과 비슷하다.
분명 내 이름으로 쓰였지만
지금의 나는 그 사정을 다 알지 못한다.
왜 그런 말을 썼는지,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왜 그토록 슬펐는지를
다시 짐작해야 한다.
때로는 부끄럽고,
때로는 안쓰럽고,
때로는 놀랍다.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나.”
“이 일을 겪고도 잊고 있었구나.”
“저때는 저것이 그렇게 중요했구나.”
가장 가까운 타인이 있다면,
어쩌면 그것은 어제의 나일지도 모른다.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건네는
가장 솔직한 접대.
바로 그것이 오래된 일기를 읽는 묘한 짜릿함이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