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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쎄의 산문

월요일 아침, 잔 시간

작성자폴쎄|작성시간26.06.08|조회수28 목록 댓글 0

월요일 아침, 잔 시간

 

몸은 조금 찌뿌둥했고, 마음도 아직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일터에 나왔지만 특별한 일은 없었다. 일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시작이다.

 

그 전까지는 기다리는 시간이다.

 

예전에는 그런 시간을 무료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다 생각 나름이다.

 

삶의 대부분은 어쩌면 이런 시간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중요한 순간들만 기억한다.
성공과 실패, 만남과 이별, 시작과 끝.
하지만 그런 순간들이 차지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실제로 우리 곁에 더 오래 머무는 것은 평범한 시간들이다.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 커피를 마시는 시간, 멍하니 생각에 잠기는 시간,
누군가와 몇 마디를 나누는 시간.

 

나는 그런 시간들을 '잔 시간'이라고 부르고 싶다.

 

남는 시간이 아니라, 삶에 잔잔히 깔려 있는 시간.
특별한 이름도 없고, 나중에 기억에 남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실 하루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시간이다.

 

생각해보면 중요한 일들도 뜻밖에 그런 잔 시간 속에서 시작되곤 했다.

 

우연히 나눈 대화, 우연히 만난 사람, 우연히 떠오른 생각.

 

그 순간에는 아무 의미 없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하나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도 함부로 사소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낙서가
어느새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고,
우연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고,
삶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생각에 닿았다.

 

삶은 설명하는 것보다 인정하는 것에 가까운지도 모른다는 생각.

 

월요일이 월요일인 것을 인정하고, 기다림이 기다림인 것을 인정하고,
우연이 우연인 것을 인정하고, 사람이 사람인 것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잘못은 잘못으로 받아들이는 것.

 

순응이라는 말도 어쩌면 그런 뜻일 것이다.

 

억지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나도 이제 글에서 멋을 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잘 쓴 문장보다, 내가 느낀 것을 그대로 적으려 한다.
화려한 표현보다 내 말투에 가까운 문장을 남기는 게 낫다.

 

오늘도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저 일을 기다리며 앉아 있었고,
무료함을 달래려 낙서하며 이런 시시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돌아보면 아무 일도 없었던 오전 같지만,
또 그렇지만도 않다.

 

"어쩌면"처럼, "잔 시간"도 딱 잘라 정의되지 않아도 좋은.
시간이 흘렀고, 그 안에 생각이 있었다.

 

/

 

특별한 소재도 아니고 특별한 이야기도 아닌 것들.

 

보이지는 않지만 우주의 대부분을 채우는 암흑물질처럼,
잔 시간도 그렇다.

 

손에 잡히지 않고, 딱 잘라 설명할 수도 없지만
분명 존재하고 흐른다.

 

성공과 실패 같은 굵은 줄기보다,
그 사이를 메우고 있는 이름 없는 시간들.

 

기억에 남는 것은 몇 장면뿐이지만,
삶 자체는 그 장면과 장면 사이의 긴 여백 속에서 흐른다.

 

남는 시간이 아니라, 삶에 잔잔히 깔려 있으면서도 잘 보이지 않는 시간.
마치 암흑물질처럼, 존재는 분명하지만 쉽게 설명되지는 않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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