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 폴쎄의 산문

하루의 영양가

작성자폴쎄|작성시간26.06.10|조회수20 목록 댓글 0

하루의 영양가

 

사람들은 가끔 농담처럼 말한다.

 

"오늘은 영양가 없는 하루였어."

 

대개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을 때 하는 말이다.

 

기대했던 수입이 없었거나,
계획했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거나,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결과가 없을 때
그렇게 말한다.

 

그런데 영양가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수입이 얼마였는지가 영양가일 수 있다.

 

또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계약이나 성취한 일이 그 기준이 된다.

 

글을 쓰는 사람에겐 하루를 마칠 때

 

"오늘은 글다운 글 한 편 썼다."는 만족감이 있으면
제법 영양가 있는 날로 느껴진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하루의 영양가가 꼭 눈에 보이는 결과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글 한 편을 쓰지 못한 날에도 마음속에서는 문장들이 자라고 있고,
특별한 성과가 없는 날에도 삶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까치 소리를 들으며 눈을 뜨고,
뒤뜰의 나무 사이로 스치는 바람을 바라보는 일,

 

문득 오래전 부모님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무사히 일터로 다녀와
저녁을 맞이하는 평범한 시간들.

 

이런 것들은 당장 무엇을 남긴 것 같지 않다.

 

통장에 찍히는 숫자도 아니고,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성과도 아니다.

 

그러나 그런 순간들이 마음 한구석에 차곡차곡 쌓여
사람을 살찌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요즘은 하루를 돌아보며

 

"영양가 없는 하루였다."고
쉽게 말하지 않는다.

 

비록 손에 잡히는 수확은 없었더라도,

 

오늘 하루 무사히 살아냈고,
바람 한 점을 느꼈고,
작은 생각 하나를 품었다면

 

그것 또한 삶의 영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하루의 진짜 영양가는 결과가 아니라,
그 하루가 내 안에 무엇을 남겼는가에 있는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영양분이 쌓여
오늘의 나를 만들고,

 

또 내일의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이런 생각들도 어쩌면

내 좁은 경험 속에서 길어 올린 사유일지도 모른다.

 

다만,

삶을 더 넓게 보고 싶어하는 내 욕심이라 치자.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