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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쎄의 산문

바닥의 삶이 아는 것

작성자폴쎄|작성시간26.06.12|조회수15 목록 댓글 0

바닥의 삶이 아는 것

 

가끔 나는 내가 너무 개인적이고 소소한 것들에만 마음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

 

세상은 거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역사와 정치, 경제와 이념, 국가와 문명에 대한 담론들은 언제나 웅장하고 그럴듯하다.

그 속에서 개인의 하루는 너무 작고 보잘것없어 보인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은 원래 소규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사의 중심이 아니라 자신의 일터와 가정, 건강과 생계를 돌보며 살아간다.

오늘 먹은 한 끼, 내일의 일거리, 자식의 학비, 부모의 건강 같은 것들이 우리 삶의 실제 내용이다.

 

거대 담론은 세상을 설명해 주지만 생활의 무게를 대신 짊어져 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때로는 거창한 말보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의 짧은 한마디가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바닥의 삶은 바닥끼리 안다.

 

같은 무게를 견뎌본 사람은 많은 설명 없이도 서로를 이해한다.

힘겨운 노동의 피로와 미래에 대한 불안,

가족을 향한 걱정은 말로 다 옮겨지지 않아도 눈빛 속에 남아 있다.

 

그것은 지식이 아니라 경험이고, 이론이 아니라 생활이다.

 

물론 그렇다고 거대한 이야기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큰 흐름을 알아야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그 모든 흐름도 결국은 수많은 개인의 삶 위에 서 있다.

 

이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하루하루가 모여 역사가 되고 사회가 된다.

 

나는 이제 소소한 것들에 마음을 두는 자신을 탓하지 않으려 한다.

 

작은 일상을 살피고, 가까운 사람을 걱정하며,

비슷한 처지의 이웃에게 마음을 건네는 일은 결코 하찮지 않다.

어쩌면 그것이 삶의 가장 깊은 바닥에 닿아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세상은 거대한 이야기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결국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서로의 생활을 이해하려는 마음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언제나 삶의 바닥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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