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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쎄의 산문

몸이 먼저 아는 아침

작성자폴쎄|작성시간26.06.17|조회수15 목록 댓글 0

몸이 먼저 아는 아침

 

아침에 기지개를 켜다가 종아리에 쥐가 났다.
순간 다리가 돌처럼 굳어 버렸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통증은 생각보다 깊게 들어왔다.
한참을 주무르고 나서야 겨우 괜찮아졌지만, 종아리에는 아직도 뻐근한 기운이 남아 있다.

 

몸은 이렇게 먼저 신호를 보낸다. 무리했다고, 긴장했다고, 잠시 쉬어 가라고.

 

생각해 보면 사람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흔들리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몸의 피로는 드러나지만, 마음의 피로는 대개 조용히 쌓인다.

 

어느 날 이유 없이 한숨이 늘고, 사소한 일에도 기운이 빠지며
앞으로의 시간이 막막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길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안개가 짙어져 보이지 않을 뿐인데도.

 

“이러다가 그냥 주저앉는 건 아닐까.”

 

딱히 이유를 찾기 어려운 막막함이다. 희미하지만 분명히 곁에 머무는 감정이다.

 

그럴 때 마음을 들여다보면, 한쪽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괜찮다고 말하는 마음과 힘들다고 말하는 마음이 나란히 앉아 있다.

 

내 마음을 묻는다면,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반반.”

 

막막함이 반, 살아가려는 힘이 반.
그렇게 반반의 마음으로 하루는 이어진다.

 

그 마음을 안고 길을 나선다.

 

오전 열 시 반 경.

 

으레 일터로 나와 있을 시간이다.

 

까마귀 울음이 건물 벽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소리로 남아 있다.

 

억지로 경쾌해지려는 듯
휴대폰 가게의 음악은 끈질기게 흘러나온다.

 

잔소리처럼 따라붙는 초미세먼지 농도.

 

길가에 쓰러진 킥보드 하나가 보인다.
죽은 얼룩말이 옆으로 누운 듯한 모양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지나가고
나는 그 안에 섞여 일터에 와 있다.

 

사람들은 오늘의 풍경을 그리고
나는 그 풍경의 가장자리에서

 

매일 다른 얼굴의 하루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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