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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쎄의 산문

비 오는 날의 김치

작성자폴쎄|작성시간26.06.20|조회수15 목록 댓글 0

비 오는 날의 김치

 

간밤에 꽤 많은 비가 내린 듯하다. 대지는 흠뻑 젖어 있고, 아침이 된 지금도 비는 줄곧 이어지고 있다. 창밖으로 들려오는 빗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내는 비가 많이 오면 배추값이 오른다며 미리 열두 포기의 배추를 사 두었다. 오늘 아침에는 그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일을 시작했다. 나는 곁에서 이것저것 심부름을 하며 거들었다. 배추를 나르고 물을 준비하고 필요한 것을 챙기다 보니 어느새 아홉 시 반이 되었다. 서둘러 아침밥을 먹고 다시 일터로 나가야 한다.

 

김치를 담그는 일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배추를 다듬고 절이는 일부터 시작해 씻고 물기를 빼는 과정까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 여러 재료를 준비해 양념을 만들고, 절인 배추에 속을 넣어 버무리는 일까지 마쳐야 비로소 김치 한 통이 완성된다. 김치 한 포기에는 시간과 정성, 그리고 가족의 손길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늘 저녁이면 절여 둔 배추에 준비해 둔 양념을 넣어 버무릴 것이다. 그렇게 만든 김치는 김치통에 담겨 냉장고에 들어갈 것이다. 며칠 동안 이어진 수고가 그때 비로소 마무리된다.

 

우리의 밥상에서 김치를 빼놓을 수는 없다. 화려한 음식은 아니지만 늘 곁을 지키며 밥맛을 돋우는 반찬이다. 그래서 해마다 김치를 담그는 일은 번거롭고 힘들어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집안일이 된다.

 

비가 내리는 날, 아내는 배추를 절이고 나는 곁에서 심부름을 한다. 특별한 것 없는 풍경이지만 이런 작은 수고들이 모여 한 가족의 밥상을 지켜 준다. 오늘 저녁 완성될 김치에는 배추와 양념만이 아니라 비 오는 하루의 시간과 정성도 함께 담겨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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