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모닝, 일요일 아침
손녀 이서가 왔다.
어제 저녁엔 김치 마무리를 하고, 이래저래 힘들었지만 숙제 하나는 덜었다.
뒷뜰 정원에서는 여러 새들이 모여 큰 소리를 내기도 하고,
가끔은 저희들끼리 귓속말하듯 소근거리기도 한다.
주방에서는 압력밥솥 김이 차오르며 칙칙 소리를 낸다.
저마다 제 할 일을 하는 소리다.
나는 소파에 앉아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손녀의 동작을 바라본다.
새들은 새들대로, 밥솥은 밥솥대로, 이서는 이서대로 제 몫의 아침을 살아가고 있다.
나는 그 소리들과 움직임 사이에 앉아 조용히 일요일을 맞는다.
내일은 위·장 내시경 검사가 있다.
오후 2시부터 금식이고, 저녁 7시부터는 물약을 많이 마셔야 한다.
속을 완전히 비워야 검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조금 번거롭고 긴 시간이 될 것 같지만,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김치 담그는 일도 끝났고, 내일의 검사도 끝이 날 것이다.
이런 소소한 숙제들을 하나씩 마쳐가는 일.
새 소리와 밥솥 소리, 손녀의 아직 서툰 동작들을 보며 오늘은 오늘의 평안을 누린다.
그 어떤 의미나 가치보다, 이것은 다만 내가 이런 길목을 지나왔다는 작은 기록.
아니, 낙서일 따름이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