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보겠다고…
하프렙산 500미리. 물약을 어젯밤 두 번 마셨다.
오늘은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일정한 간격으로 두 번 더 마시고, 이어서 물 500미리를 마셔야 한다.
맛이 상쾌한 것은 아니어서 마실 때마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거북함이 올라온다.
그래도 속을 완전히 비워야 정확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하니, 참고 삼켜야 한다.
달갑지 않은 일이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살아보겠다는 말이 문득 무겁게 내려앉는다.
검사를 받고, 불편함을 견디고, 몸을 돌보는 이 모든 과정이 결국은 살아보겠다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새벽의 시간 속에서 거울을 본다.
그 안에 서 있는 나는 무엇인가를 결심한 사람이라기보다, 그저 하루를 통과하려는 사람에 가깝다.
마침표를 찍듯 엔도콜액을 마신다.
“살아보겠다고 애쓰는 내 꼴”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조금 우습기도 하고, 조금 처량하기도 하다. 어떤 연민 같은 것이 그 사이에 조용히 깔린다.
그러나 그 감정은 깊은 절망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한 걸음 떨어져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작은 틈이 생긴다. 그 틈 속에서 삶은 비극이라기보다,
이상하게도 일상에 가까운 얼굴을 하고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거창한 결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런 불편한 순간들을 통과하며 하루를 이어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몸을 돌보고, 검사를 준비하고, 거북함을 참고 물을 삼키는 과정 자체가 이미 살아 있음의 한 형태다.
완벽하지도 않고 편안하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남는다.
그 순간 바깥에서 식구들의 기척이 들려온다. 익숙하고 소란스러운 소리다.
몸과 마음이 잠시 움츠러든 상태에서도 그 소리는 현실을 다시 이 자리로 불러온다.
멀어지려던 생각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래도 반갑다.”
그 짧은 문장이 남는다.
불편함과 생의 의지가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채 같은 자리에서 잠시 겹쳐져 있다는 확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