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한 줄기와 옥수수 잎새 하나
어렵게 검사를 받았다.
대장내시경 결과,
상행결장(distal AC)에 악성 신생물 의심 소견이 있어 큰 병원에서 재검을 받아보라는 권고를 들었다.
진료의뢰서를 받아 들고 나왔다. 조직검사 결과는 일주일 뒤에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병원 일을 마치고 남은 시간에는 다시 일을 했다.
하루 끝 무렵,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굵은 빗줄기가 온몸을 적셨지만 이상하게도 싫지 않았다.
오히려 젖어 번들거리는 옥수수 잎은 눈부시게 싱그러웠고,
손바닥만 한 텃밭에는 가지와 고추, 상추, 토마토, 오이 같은 채소들이 옹기종기 모여 비를 맞고 있었다.
마치 잠시 신이 난 듯했다.
그 순간,
내가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 귀로 들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저들과 같은 시간 속에 잠시라도 머물 수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소나기 한 줄기와 옥수수 잎의 흔들림, 살아 있다는 감각이 조용히 되돌아왔다.
언젠가 이 세상에 유언하듯 산문을 쓰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그만큼 진솔하게 살고 싶다는 뜻이기도 했다.
진심이 덜 흐트러지기를 바란다.
진심이 조금 더 오래 버텨주기를 소망한다.
말을 더 얹지 않아도,
그 안에 이미 젖어 있는 시간과 냄새와 공기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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