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 폴쎄의 산문

소나기 한 줄기와 옥수수 잎새 하나

작성자폴쎄|작성시간26.06.22|조회수11 목록 댓글 0

소나기 한 줄기와 옥수수 잎새 하나

 

 

어렵게 검사를 받았다.

 

대장내시경 결과,

상행결장(distal AC)에 악성 신생물 의심 소견이 있어 큰 병원에서 재검을 받아보라는 권고를 들었다.

진료의뢰서를 받아 들고 나왔다. 조직검사 결과는 일주일 뒤에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병원 일을 마치고 남은 시간에는 다시 일을 했다.

 

하루 끝 무렵,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굵은 빗줄기가 온몸을 적셨지만 이상하게도 싫지 않았다.

 

오히려 젖어 번들거리는 옥수수 잎은 눈부시게 싱그러웠고,

손바닥만 한 텃밭에는 가지와 고추, 상추, 토마토, 오이 같은 채소들이 옹기종기 모여 비를 맞고 있었다.

마치 잠시 신이 난 듯했다.

 

그 순간,

내가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 귀로 들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저들과 같은 시간 속에 잠시라도 머물 수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소나기 한 줄기와 옥수수 잎의 흔들림, 살아 있다는 감각이 조용히 되돌아왔다.

 

언젠가 이 세상에 유언하듯 산문을 쓰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그만큼 진솔하게 살고 싶다는 뜻이기도 했다.

 

진심이 덜 흐트러지기를 바란다.

진심이 조금 더 오래 버텨주기를 소망한다.

 

말을 더 얹지 않아도,
그 안에 이미 젖어 있는 시간과 냄새와 공기를 사랑한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