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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쎄의 산문

머저리의 생각은 이랬다

작성자폴쎄|작성시간26.06.23|조회수15 목록 댓글 0

머저리의 생각은 이랬다

 

 

오늘도 일터로 나왔다.

 

앞서 걷는 여자의 당당한 발걸음이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햇빛은 눈부셨고, 짙푸른 조경수 느티나무는 바람에 잔잔히 흔들렸다.
굳세게 깔린 푸른 잔디, 보도블록 틈새를 붙잡고 사는 질경이와 나생이.

 

바람의 결이 지나가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새소리.

 

양산을 쓴 노파의 흰머리, 강아지 목줄을 끌고 가는 덥수룩한 사내,
세상사는 관심도 없는 듯 미세먼지 농도만 알려주는 공원 확성기.

 

오늘은 유난히 참새들의 짹짹거림이 크게 들렸다.

 

나는 바람을 스치고, 옆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알아들을 수 없는 음악을 흘려들었다.

 

조금 다른 세기로 불어오는 바람은 또 다른 손님처럼 찾아왔다.

 

두 중년의 여자가 지나가며
“이만오천 원짜리 세 개라며…” 하고
말 한 토막을 떨어뜨리고 갔다.

 

아침 밥상에 남겨 두고 온 한 가닥의 걱정은
여전히 마음 한켠에 남아 있었다.

 

한 가게 주인이
“더운데 수고하십니다” 하고는 식혜 한 캔을 건네주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종종 건넸다.

어떤 이는 무심히 지나갔고, 어떤 이는 가볍게 묵례했고,
어떤 이는 웃으며 인사를 돌려주었다.

 

모두 저마다의 하루를 살아가는 중이었다.

 

누구는 강아지를 싣고, 누구는 시간의 짐을 싣고 유모차를 밀고 갔다.

 

개미 한 마리가 보도블록 위를 헤매고 있었다.

 

그 틈새에는 질경이도, 나생이도 자라고 있었다.

 

문득, 저 틈새와 내가 사는 세상은 다른 곳이 아니었다.

 

개미도, 풀도, 참새도, 노파도, 강아지도,
식혜를 건네준 사람도, 아침 밥상에 남겨 둔 걱정도.

 

모두 같은 세상 안에 있다.

 

나는 그저 지나가는 것들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본다.

 

꽃 몇 송이가 피어 있는 것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세상은 바쁘게 지나가라 하지만, 나는 자꾸 걸음을 늦추어
천인국 한 무리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이런 마음은 내 영혼이 무한하다면
끝까지 함께 공존할 것이다.

 

나는 기꺼이, 기쁘게.

 

 

천인국, 에키네시아( Echinacea ),

흔히 ‘천인국(침엽형 국화과 꽃)’ 또는 ‘콘플라워(coneflower)’라고 부르는 꽃입니다.

가운데가 동그랗고 솟은 듯한 씨앗 머리, 꽃잎이 아래로 살짝 처지듯 퍼지는 모습,

 

분홍·주황·연한 붉은색 계열의 품종 다양성

요즘은 정원용으로 개량된 품종이라 주황빛, 살구빛처럼 부드러운 색도 많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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