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 / 김명인
초록이 간격을 좁히자 듬성듬성
뽀얀 주먹들 둥글게 내미는
그쪽이 고리인 줄 알고
허둥허둥 초여름 햇살들이 잡아당긴다
복숭아 나무 키 낮은 우듬지 위로 새 그림자 난다
복숭아 잎들은 너무 무성해
열매의 손바닥 좀처럼 펴지지 않는다
저 문고리 당기고 누가 방 안으로 들어간 것일까
한때 수밀도 같았던 봄밤에 취해
난만한 복숭아꽃 빛으로 쓰던 부끄럼 깨나 있었겠다
도화도화 다 사위면 누군가의 우기로 이어지는 것
녹슨 테두리 닫고 구름 헤집던
낮달이 지환을 꼈다 벗었다 한다
마음의 문고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 매달려 있다
어둠이 내려 그 복숭아밭으로 다시 갔다
밤중에 각시방 속으로 몰래 들어간 신랑이 있는지
낮에 보던 문고리들 하나도 없다
시집 <꽃차례> 문지.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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