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부적 / 이상국
아내의 옷가게가 문을 닫던 날
매장이 텅 비자
더욱 환해진 불빛 아래
구석구석 숨어 있던 부적들이
민망한 듯 뻘쭘하게 웃는다
이 손바닥만한 도시에 대형마트가 문을 열고
손님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가는 데에는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어서
그렇다고 그냥 당할 수만은 없어
발길이 뚝 끊긴 가게에서 아내는
그들과 힘을 합쳐 싸웠던 것이다
우리야 간판을 내리면 그만이지만
이제 저들을 누가 거두겠냐는 걱정 끝에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는 한
밥은 굶지는 않는다고 저들은
멈칫거리는 아내의 등을 민다
시집 <뿔을 적시며> 창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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