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잔티움으로의 항해* 나희덕 이따금 그의 항해를 생각한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탄식하던 예이츠는 성스러운 도시 비잔티움으로 향했다 살았지만 죽은 것, 죽었지만 산 것들의 연옥을 향해 난항을 거듭하던 배가 거친 파도에 흘려보냈을 슬픔을, 기나긴 여정 속에서 견뎌야 했을 고독한 밤들을 떠올린다 이따금 나의 항해를 생각한다 비잔티움을 향해 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를 태운 배와 나를 태운 배가 어느 항구에선가 몇 번은 조우했으리라 언젠가 그는 지하도 입구에서 나를 배웅해주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그는 묵묵히 바라보며 지하도 입구에 서 있었다 내 등이 더는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나의 항해를 지켜주는 눈빛 하나가 저 위에 남아 있구나 그는 지금도 지하도 입구에 서서 나선형 계단 아래 깊어지는 어둠을 응시하고 있을까 항구에 잠시 든 배들은 서로의 등을 토닥이고 손을 흔들고 다시, 자신만의 비잔티움을 향해 떠나고 지하도 위의 별 하나가 어둠 속에서 깜박인다 먼 항구의 등대처럼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가 말년에 쓴 시의 제목. —계간 《문학과 사회》 2026 여름호 ---------------------- 나희덕 /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뿌리에게』『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그곳이 멀지 않다』『어두워진다는 것』『사라진 손바닥』『야생사과』『말들이 돌아오는 시간』『파일명 서정시』『가능주의자』『시와 물질』 등. |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