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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

내가 사랑하는 얼룩말/김상희

작성자폴쎄|작성시간26.08.16|조회수8 목록 댓글 0
내가 사랑하는 얼룩말


   김상희






요니는 엉뚱하게 걷는다
그래서 눈에 띈다
 
내가 사랑하는 얼룩말
요니라는 이름을 가진
쉽게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를 읽을 줄 알던 똑똑한 얼룩말
 
초원의 외로움 같은 건 모른다
줄무늬 패턴이 모두 다르듯
떨 필요 없지
그런 요니의 표정이 좋다
혼자서도 척척
초원을 누비는 요니의 자세가
 
마른풀을 뜯어먹는 요니를 쓰다듬는다
나와 요니
요니와 나
한 무리로 포괄되지 않는
그렇다고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는
 
요니는 길들여지지 않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한 번도 울어본 적 없는 눈을 하고 주위를 맴돈다
 
요니의 옆으로 긴 눈
짙은 갈색빛의 유리알 같은 눈 안에
네 발로 달리는 나
 
거실 창을 깨고 요니의 줄무늬가 들어온다
창문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있다
 
창밖을 내려다보면
사람들이 걷는 횡단보도 위로
흰 줄이 일어나
요니의 등처럼 꿈틀거린다
 
나와 요니를 만나게 하는 것은
요니가 이곳에 있다는 느낌
내가 요니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감각
 
내가 사랑하는 요니
괴상한 다큐멘터리에서 마주 한
끊길 듯 끊기지 않는 줄무늬를 가지고 있는 요니
 
요니 없는 나는
나의 줄무늬가 춤추는 곳으로 갈 수 있을까
수상한 템포로도 섞여들 수 있을 까
 
요니가 있는 그곳에
너무 넓어서 언제든 홀로인 그곳에
 
 
 
              —계간 포지션》 2026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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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 2001년 충남 부여 출생. 2022년 창작과비평》 신인상 시 당선현재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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