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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人 의자

부랑자의 노래 2 - 최하림

작성자폴쎄|작성시간26.06.18|조회수22 목록 댓글 0

부랑자의 노래 2 - 최하림

 

유리창 앞에서 물끄러미

하나의 별이었던 우리들을 본다

신안 앞바다 소금밭에서 소금을 구워 먹고

동지가 지나면 지리산으로 벌목하러 가던,

벌목이 끝나면 또 긴긴 겨울밤 눈보라를 헤치며

 

 

소금의 쓰라림, 여린 마음의

별의 쓰라림을 씹으며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생각할 수도 없이

한없는 길을 헤매이다가

소금에도 벌목에도 눈보라에도

길들여져 버리고 쓰라림에도 길들여져,

물 같은 시간을 흘러서

시구문이라든가 남양만에서, 또

일거리 없는 서해안의 싸구려 여인숙에서

잠 아니 오는 밤을 보내이느니,

일하고 먹고 말하고 생각하는 것,

그 가운데서 구하고자 하는 것, 그것은

대체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 것인가

 

 

☞ 최하림의 ‘우리’는 등단작 ‘빈약한 올페의 회상’에서 이미 ‘오늘도 외로운 발단인 우리’로부터 출발한다.

이 우리는 그러나 ‘내부에 쌓인 슬픔을 수없이 작별하며 흘러가는 나’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오랜 후에 부랑자들을 ‘유리창 앞에서 물끄러미’ 본다. 시적 화자가 유리창 앞에서 보는 것은 회상이다. 부랑자는 소금밭에서, 벌목으로, 눈보라를 헤매다가 소금의 쓰라림에 길들여진 사람들이다. 이 기억의 소환을 부르는 동인은 ‘부랑자의 노래 3’에서 ‘하늘에도 바다에도 없는 그리움이/저녁에는’ 오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생각할 수도 없이’ ‘일하고 먹고 말하고 생각하는 것’이 ‘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그들의 삶을 대변하면서 사실은 자신에게 되묻는 반성적 성찰이다. 그러기에 이 ‘우리들’은 관조적 대상에서 벗어나 가난한 자들과 연대감을 느끼는 이들로 확대된다. 그러할 때 시인은, 시는 과연 무엇이겠는가 질문하면서 유리창 앞에서 바라보던 이들의 목소리를 가슴으로 듣는다. 이 들림은 ‘하나의 별이었던’ 우리들 사랑일 것이다. 정남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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