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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에 관한 기록들

▣11-3. 지주중류비(砥柱中流碑) -지주(砥柱)같은 야은(冶隱) 선생-

작성자류시언|작성시간26.06.09|조회수81 목록 댓글 3

◈지주(砥柱)같은 야은(冶隱) 선생

 

서애(西厓, 柳成龍) 선생의 「지주중류비(砥柱中流碑)」 셋째 단락은 혼란한 시대 속에서도 끝내 절의를 지킨 인간의 위대함을 깊이 있게 드러낸 글이다. 앞 단락에서 거센 황하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자연의 ‘지주(砥柱)’를 묘사하였다면, 여기서는 그 상징을 인간 사회로 확장하여 야은(冶隱) 길재(吉再) 선생을 참된 ‘인간의 지주’로 형상화하고 있다.

 

서애 선생은 나라가 망하고 왕조가 교체되는 혼란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이 권세와 이익으로 기울어지는 현실을 매우 날카롭게 묘사한다. 세상 사람들은 벼슬과 녹봉에 이끌리고 형벌과 죽음을 두려워하여 스스로 의리를 버린 채 세속의 흐름에 휩쓸려 간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 속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고 홀로 절의를 지키는 선비가 있으니, 바로 길재 선생이다.

 

길재 선생은 고려가 망할 것을 알았으나 끝까지 두 임금을 섬기지 않겠다는 의리를 지켰고,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은 채 은거하며 충절을 보존하였다. 서애 선생은 이를 두고 “천하의 큰 절개를 세웠다”고 높이 평가한다. 특히 맹자의 “부귀는 그 마음을 음란하게 하지 못하고, 빈천은 뜻을 바꾸게 하지 못하며, 위엄과 무력도 굴복시키지 못한다(富貴不能淫 貧賤不能移 威武不能屈)”는 정신이 이 단락 속에 그대로 살아 있다.

 

따라서 이 글은 단순히 한 인물의 충절을 기리는 비문이 아니라, 혼탁한 시대일수록 인간이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깊은 유교적 성찰이라 할 수 있다. 길재 선생은 거센 시대의 홍수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던 ‘인간 사회의 지주’였으며, 오늘날에도 변함없는 정신적 본보기가 되고 있다.

 

▣11-3. 지주중류비(砥柱中流碑)

[원문3]爾乃邦國喪敗。市朝變遷。淸濁同流。薰蕕混質。前有爵祿之誘。後有刀鋸之懼。人心以苟免爲幸。世道以干進爲貴。上焉者攀附雲衢。下焉者喘息草間。滔滔一世。莫能自拔。於是有介士焉。挺立自奮。守死善道。能以一身。任宇宙綱常之重。富貴不能滛。貧賤不能移。威武不能屈。義烈昭於當代。而風聲表於後世。以此喩彼。夫誰曰不然。若吉先生。仕於高麗之季。知其將亡。高蹈雲林。迨乎聖人作萬物覩。日月新輝。山川改觀。向之飮食喣濡於王氏之門者奔走恐後。而先生以不事二姓之義。正色昌言。屛跡衡門。矢死不起。其忠烈矣。夫犯天下之大難。立天下之大節。行天下之人之所不能爲。能使烏山一區。獨留王氏甲子於數十年之久。嗚呼。其眞砥柱也夫。於此義乎取焉。

◉爾乃邦國喪敗。市朝變遷。淸濁同流。薰蕕混質。前有爵祿之誘。後有刀鋸之懼。人心以苟免爲幸。世道以干進爲貴。上焉者攀附雲衢。下焉者喘息草間。滔滔一世。莫能自拔。

○이에 이르러 나라가 패망하고 도읍과 조정이 바뀌니, 맑은 것과 탁한 것이 함께 뒤섞여 흐르고 향기로운 풀(훈薰)과 악취 나는 풀(蕕)이 서로 뒤섞여 구별되지 않으며, 앞에는 작록(爵祿)의 유혹이 있고 뒤에는 도거(刀鋸, 형벌)의 두려움이 기다리고 있으니, 인심(人心)은 구차히 화를 면하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세상은 벼슬을 구하여 나아감을 귀하게 여긴다. 고관대작들은 출셋길(雲衢)에 빌붙고, 하급자들은 초야(草野)에서 숨만 헐떡이니, 도도히 흘러가는 온 세상 속에서 그 누구도 능히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하였다.

 

◉於是有介士焉。挺立自奮。守死善道。能以一身。任宇宙綱常之重。富貴不能滛。貧賤不能移。威武不能屈。義烈昭於當代。而風聲表於後世。以此喩彼。夫誰曰不然。

○이때 굳센 절개의 선비(介士)가 있어 스스로 떨쳐 우뚝 서서, 죽음을 무릅쓰고 정도(正道)를 지키며 능히 한 몸으로 천하 강상(綱常)의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니, 부귀도 그 뜻을 어지럽히지 못하고, 빈천도 능히 지조를 옮기지 못하며, 위무(威武)도 능히 굴복시키지 못하여, 그 의로운 절개가 당대에 밝게 드러나고 그 이름과 풍모가 후세에 드러나게 된다. 이것으로 저것을 비유한다면, 그 누가 그렇지 않다고 하겠는가?

 

◉若吉先生。仕於高麗之季。知其將亡。高蹈雲林。迨乎聖人作萬物覩。日月新輝。山川改觀。向之飮食喣濡於王氏之門者奔走恐後。而先生以不事二姓之義。正色昌言。屛跡衡門。矢死不起。其忠烈矣。

○길선생(吉再, 冶隱) 같은 분은 고려 말엽에 벼슬을 지내다가 나라가 장차 망할 것을 알고 구름 가득한 숲속으로 높이 은거하였다. 마침내 성인이 일어나[聖人作] 온갖 만물이 보기에[조선 개국]에 이르자, 일월이 새롭게 빛나며 산천의 형세가 바뀌자, 이전 왕씨(고려)의 조정에서 먹고 마시며 좋아하던 자들이 도리어 (새 왕조에 줄을 대려고) 뒤처질까 두려워하여 다투어 달려갔다. 하지만 선생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는 의리로써 얼굴빛을 바로 하고 의연히 뜻을 밝히며 비좁은 사립문 안에 은거하여 죽음을 맹세하고 끝내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으셨으니, 그 충절(忠節)이 참으로 맹렬(猛烈)하였다.

▸이(迨乎聖人作萬物覩) 구절은 『주역(周易)』 건괘(乾卦) 문언전(文言傳)의 유명한 성인출만물도(聖人出萬物覩) 고사를 원용하여, 난세의 탁류를 끝내고 마침내 성인이 출현하여 천하가 밝아지는 극적인 반전을 노래합니다.

▸시사(矢死)의 '화살 시(矢)' 자는 여기에서 화살을 부러뜨리며 맹세한다는 뜻의 '맹세할 시(誓, 서)'로 쓰였습니다. '죽음을 맹세하다'로 직역해야 마땅합니다.

 

◉夫犯天下之大難。立天下之大節。行天下之人之所不能爲。能使烏山一區。獨留王氏甲子於數十年之久。嗚呼。其眞砥柱也夫。於此義乎取焉。

○무릇 천하의 큰 난관(難關)을 무릅쓰고 천하의 큰 절개를 세우며, 천하 사람들이 능히 하지 못하는 바를 행하여, 오산(烏山 金烏山) 한 고을만은 홀로 왕씨의 갑자(甲子, 연호와 역법)를 간직한지 수십 년이나 오래되었으니, 아아! 그야말로 참된 지주(砥柱)로다! 바로 이러한 뜻에서 (지주를) 취한 것이었다.

 

2026. 6. 9. 두서(杜西) 류시언(柳時彦)

 

*방국상패(邦國喪敗): 나라가 망하고 국가 질서가 무너진 상태를 말합니다. 왕조 교체기의 혼란한 시대 상황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시조변천(市朝變遷): 조정과 세상이 바뀌는 것을 말합니다. 단순한 정치 변화가 아니라 왕조 교체로 인한 권력 질서의 변동을 뜻합니다.

*청탁동류(淸濁同流): 맑은 것과 탁한 것이 함께 흐른다는 뜻으로, 충신과 간신, 선과 악의 구별이 흐려진 혼란한 세태를 비유합니다.

*훈유혼질(薰蕕混質): 향기로운 풀(薰)과 악취 나는 풀(蕕)이 뒤섞였다는 뜻입니다. 선인과 악인이 뒤섞여 도덕 질서가 무너진 상태를 말합니다.

*작록지유(爵祿之誘): 벼슬과 녹봉으로 사람을 유혹하는 일을 말합니다. 권세와 부귀에 흔들리는 인간의 욕망을 상징합니다.

*도거지구(刀鋸之懼): 칼과 톱의 형벌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권력의 위협과 정치적 탄압을 비유하는 표현입니다.

*구면(苟免): 구차하게 화를 면하는 것을 말합니다. 의리를 지키기보다 자신의 안전만을 우선하는 태도를 뜻합니다.

*간진(干進): 권세에 아부하여 벼슬과 출세를 구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유교에서는 절개를 잃은 부정적 처세로 보았습니다.

*반부운구(攀附雲衢): 높은 벼슬길에 빌붙어 출세하려는 모습을 말합니다. ‘운구(雲衢)’는 구름 위의 길처럼 높은 관직의 세계를 비유합니다.

*천식초간(喘息草間): 풀숲 사이에서 겨우 숨 쉬며 산다는 뜻으로, 비굴하게 연명하는 모습을 비유합니다.

*개사(介士): 굳은 절개와 지조를 지닌 선비를 말합니다. 혼탁한 세상에서도 의리를 굽히지 않는 인물을 뜻합니다.

*수사선도(守死善道): 죽음을 무릅쓰고 끝까지 바른 도리를 지킨다는 뜻입니다. 유교적 충절 정신을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우주강상(宇宙綱常): 천하의 삼강오륜과 인간 사회의 기본 윤리를 말합니다. 유교 사회 질서의 근본 원칙입니다.

*부귀불능음(富貴不能淫): 부귀가 그 뜻을 어지럽히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맹자》에 나오는 말로 참된 대장부의 조건입니다.

*빈천불능이(貧賤不能移): 가난하고 천한 처지라도 그 절개를 바꾸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위무불능굴(威武不能屈): 권세와 무력으로도 굴복시킬 수 없다는 뜻입니다. 굳은 절의를 상징하는 유교적 표현입니다.

*의열(義烈): 의롭고 굳센 절개를 말합니다. 충의와 절의를 함께 갖춘 정신을 뜻합니다.

*풍성(風聲): 사람의 명성과 풍모가 후세에 전해지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는 길재의 높은 절의를 가리킵니다.

*고도운림(高蹈雲林): 세속을 떠나 높이 은거함을 뜻합니다. ‘운림(雲林)’은 속세를 벗어난 은자의 세계를 비유합니다.

*성인작(聖人作): 성인이 일어났다는 뜻으로, 여기서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를 가리킵니다.

*일월신휘(日月新輝): 해와 달이 새롭게 빛난다는 뜻입니다. 새 왕조가 세워진 시대 변화를 찬양하는 표현입니다.

*산천개관(山川改觀): 산천의 모습까지 바뀌었다는 뜻으로, 왕조 교체의 거대한 시대 변화를 상징합니다.

*불사이성(不事二姓):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고려에 대한 절의를 지킨 길재의 충절을 나타내는 핵심 표현입니다.

*정색창언(正色昌言): 얼굴빛을 바로 하고 의리를 당당하게 말함을 뜻합니다. 굽힘 없는 선비의 태도를 나타냅니다.

*병적형문(屛跡衡門): 초라한 집에 숨어 자취를 감추고 은거함을 뜻합니다. 벼슬길을 버리고 재야에 머문 삶을 말합니다.

*시사불기(矢死不起): 죽기를 맹세하고 다시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끝까지 절의를 지키겠다는 결의를 나타냅니다.

*왕씨갑자(王氏甲子): 고려 왕씨의 연호와 정통 질서를 뜻합니다. 고려 유민으로서의 절개와 역사 의식을 상징합니다.

*지주(砥柱): 황하의 거센 물결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바위를 말합니다. 여기서는 혼란한 시대 속에서도 절의를 지키는 인간 정신의 상징으로 쓰였습니다.

 

[종(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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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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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류현우 | 작성시간 26.06.09 구미시 오태동에 지주중류비가 서 있습니다.
    비는 겸암할배께서 세우시고 지주중류란 글은 중국 양청천의 글씨입니다.
    비 뒷부분의 글은 서애할배께서 쓰셨는데 구미의 지주중류비는 겸암,서애 두분의 합작품입니다...
    내일 그곳에 가는데 사진찍어 오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류시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1 예... 도움말씀 고맙습니다. 구미 가면 찾아 보아야겠습니다.
  • 작성자류현우 | 작성시간 26.06.11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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