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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에 관한 기록들

▣11-5. 지주중류비(砥柱中流碑) -지주(砥柱)의 뜻을 후세에 남긴 노래-

작성자류시언|작성시간26.06.11|조회수58 목록 댓글 0

◈지주(砥柱)의 뜻을 후세에 남긴 노래

 

서애(西厓) 류성룡 선생의 「지주중류비(砥柱中流碑)」 마지막 단락은 앞에서 논한 절의(節義)와 본심(本心)의 의미를 후세의 교훈으로 맺으며, 끝내 송가(頌歌)의 형식으로 깊은 추모와 이상을 드러낸 부분이다. 특히 이 대목은 단순한 비문의 결말이 아니라, 혼탁한 세상 속에서도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다시 한번 일깨우는 정신적 권면이라 할 수 있다.

 

서애 선생은 세상 사람들이 욕망의 물결 속에 휩쓸려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길재 선생의 기풍을 듣는다면 누구든 스스로를 반성하고 마음속의 홍수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이는 단순히 한 인물의 충절을 칭송하는 데 그치지 않고, 후학들이 삶의 기준과 중심을 세우기를 바라는 간절한 뜻이 담긴 말이다. 또한 “우주의 동량(棟樑)”과 “생민의 주석(柱石)”이라는 표현은, 올바른 인물이야말로 세상을 떠받치는 기둥이라는 유교적 인간관을 잘 보여준다.

 

이어지는 송가에서는 오산과 낙동강, 사당과 비석, 제향과 추모의 정경이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특히 “높은 산 우러르고 맑은 물 굽어보니, 선생을 어찌 잊으랴”라는 마지막 구절은 길재 선생의 정신이 자연 속에 살아 후세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 글은 결국 한 사람의 충절을 넘어, 시대를 바로 세우는 인간의 정신과 도리를 노래한 깊은 교훈의 글이라 생각된다.

 

▣11-5. 지주중류비(砥柱中流碑)

[원문5]彼羣羣而生。汨汨而行。沈淪於欲浪蕩覆之中而不能自拔者。聞先生之風。求砥柱之義。得無有惕然自省於日用之間。而能有所立以遏其洪流者乎。斯道行則宇宙之棟樑。生民之柱石。繇此以立。而下土之昏墊。殆有濟矣。以此爲敎。其亦庶幾乎。成龍起拜曰。盡之矣。余不能外此而爲說。謹敍其所聞者。而繼之以歌。歌曰。烏山兮何有。有紀兮有堂。洛水兮沄沄。其流兮孔長。一抔兮荒原。維先生之藏。斲石兮鐫辭。垂萬載兮耿光。課忠兮責孝。惠我人兮無疆。薦蘭肴兮酌桂醑。魂髣髴兮徜徉。仰高山兮俯淸流。思先生兮可忘。

◉彼羣羣而生。汨汨而行。沈淪於欲浪蕩覆之中而不能自拔者。聞先生之風。求砥柱之義。得無有惕然自省於日用之間。而能有所立以遏其洪流者乎。

○"저 무리 지어 살아가고[羣羣而生] 물결에 휩쓸리듯 분주히 행하며[汨汨而行], 욕망의 물결이 뒤흔들고 뒤집히는 한가운데에 빠져 가라앉아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자들[沈淪於欲浪蕩覆之中而不能自拔者]이, 야은 선생의 기풍을 듣고 지주(砥柱)의 의리를 구한다면, 어찌 일상생활의 사이[日用之間]에 두려워하며 스스로 반성함이 없겠으며[得無有惕然自省], 능히 확고히 서는 바가 있어 그 거센 홍수를 막아내는 자가 없겠는가[而能有所立以遏其洪流者乎]!"

 

◉斯道行則宇宙之棟樑。生民之柱石。繇此以立。而下土之昏墊。殆有濟矣。以此爲敎。其亦庶幾乎。

○"이 도(道, 본심을 세우는 도리)가 행해진다면 우주의 동량(棟樑)[宇宙之棟樑]과 생민(生民, 백성)의 주석(柱石, 주춧돌)[生民之柱石]이 이로 말미암아[繇此, 由此] 확고히 서게 될 것이요, 온 천하 백성들이 물에 빠지고 진흙에 고통받는 재앙[下土之昏墊]도 거의 구제될 수 있을 것이다[殆有濟矣]. 이것으로써 가르침을 삼는다면, 그것 또한 [성인의 도리에] 거의 가깝지 않겠는가[其亦庶幾乎]?"

[해설]下土之昏墊(하토지혼점)
1. 고사적 근원: 『서경(書經)』 익직(益稷) 편
‘하토지혼점(下土之昏墊)’은 『서경(書經)』 「익직(益稷)」 편의 요순시절 대홍수 고사에서 유래한 유서 깊은 숙어이다. 자구로 보면 ‘하토(下土)’는 하늘 아래의 온 세상과 백성을, ‘혼(昏)’은 홍수로 해가 가려진 암흑 같은 난세를, ‘점(墊)’은 백성이 물과 진흙 구덩이에 침몰하는 참혹한 도탄을 뜻한다.
2. 문학적 은유: 겸암 선생의 정밀한 구조 짝
겸암 선생이 비문 결론부에 이 고사를 끌어온 것은 서두와의 완벽한 호응을 위한 정밀한 문학적 장치이다. 선생은 서두에서 이욕에 빠진 군상을 ‘욕망의 물결에 뒤집혀 가라앉은 자들[沈淪於欲浪蕩覆之中]’이라 묘사하셨고, 결론에서는 도덕이 무너진 난세를 ‘하토지혼점’으로 규정하셨다. 세속의 타락을 ‘정신적 대홍수’라는 하나의 일관된 은유로 관통시킨 것이다.
3. 철학적 귀결: ‘殆有濟(태유제)’의 구세론(救世論)
이 문장은 바로 뒤이어 나오는 ‘태유제(殆有濟, 거의 구제됨이 있으리라)’를 통해 성리학적 구세론(救世論)으로 귀결된다. 물에 빠진 이를 건져낸다는 ‘제(濟)’의 본뜻처럼, 난세의 홍수 속에서 천하를 건질 유일한 밧줄은 다른 무엇도 아닌 평소에 확고히 세운 ‘내면의 지주석(본심)’뿐임을 선포한 것이다.

 

◉成龍起拜曰。盡之矣。余不能外此而爲說。謹敍其所聞者。而繼之以歌。

○성룡(成龍)이 일어나 절하며 말하였다. "[형님의 가르침이 의리의 본질을 완전히] 다하셨습니다[盡之矣]! 제가 이 [설명] 외에 따로 말을 보탤 수가 없으니[不能外此而爲說], 삼가 들은 바를 차례로 서술하고[謹敍其所聞者], 여기에 노래를 지어 잇겠습니다[而繼之以歌]."

 

◉歌曰。

烏山兮何有。有紀兮有堂。洛水兮沄沄。其流兮孔長。一抔兮荒原。維先生之藏。斲石兮鐫辭。垂萬載兮耿光。課忠兮責孝。惠我人兮無疆。薦蘭肴兮酌桂醑。魂髣髴兮徜徉。仰高山兮俯淸流。思先生兮可忘。

○ 노래하여[歌] 말하노라.

오산(烏山, 금오산)이여[兮], 무엇이 있는가? 기림비[紀]가 있고 사당[堂]이 있도다.

낙수(洛水, 낙동강)여[兮], 도도히 흐르니[沄沄], 그 흐름이 참으로 길고 기네[孔長].

거친 들판의 한 줌 흙[一抔]이여, 오직 선생이 묻히신 곳[維先生之藏]이로다.

돌을 쪼고[斲石] 글을 새겨[鐫辭], 만세(萬載)토록 밝은 빛[耿光]을 드리우네.

충(忠)을 권장하고[課] 효(孝)를 책임지우니[責], 우리 사람들에게 베푸는 은혜가 끝이 없도다[無疆].

난초 제물[蘭肴]을 올리고 계피 술[桂醑]을 따르니, 혼백이 어렴풋이 거니시는 듯하구나[徜徉].

높은 산 우러러보고 맑은 흐름 굽어보니, 선생을 그리워함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可忘].

 

2026. 6. 11. 두서(杜西) 류시언(柳時彦)

 

*군군(羣羣): 여러 사람이 무리를 이루어 어지럽게 살아가는 모습을 말합니다. 세속의 흐름 속에 휩쓸린 대중의 모습을 비유합니다.

*골골(汨汨): 물 흐르듯 분주하고 어지럽게 움직이는 모양입니다. 여기서는 세속의 욕망 속에 정신없이 살아가는 상태를 뜻합니다.

*침륜(沈淪): 물속에 빠져 가라앉는다는 뜻으로, 욕망과 혼란 속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함을 비유합니다.

*욕랑(欲浪): 욕망의 물결을 말합니다. 인간의 탐욕과 세속적 욕심을 홍수처럼 비유한 표현입니다.

*탕복(蕩覆): 휩쓸려 뒤집히고 무너진다는 뜻입니다. 욕망의 흐름 속에 인간의 마음과 세상이 흔들리는 모습을 말합니다.

*자발(自拔): 스스로 빠져나온다는 뜻입니다. 세속의 유혹과 타락에서 자기 힘으로 벗어남을 의미합니다.

*선생지풍(先生之風): 길재(吉再) 선생의 높은 인품과 절의의 풍모를 말합니다.

*지주의의(砥柱之義): 지주(砥柱)처럼 혼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절개와 본심의 의미를 말합니다.

*척연자성(惕然自省): 두려워하며 스스로를 깊이 반성한다는 뜻입니다. 유교 수양론에서 중요한 자기 성찰의 자세입니다.

*일용(日用): 일상생활을 말합니다. 평소의 삶 속에서 자신을 살피고 수양하는 것을 뜻합니다.

*알기홍류(遏其洪流): 거센 홍수를 막아낸다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욕망과 타락의 흐름을 제어함을 비유합니다.

*사도(斯道): 이러한 도(道), 곧 유교적 윤리와 올바른 도리를 말합니다.

*동량(棟樑): 집의 대들보와 들보를 뜻합니다. 나라와 세상을 떠받치는 중요한 인재를 비유합니다.

*주석(柱石): 기둥과 주춧돌이라는 뜻으로, 사회와 백성을 지탱하는 중심 인물을 비유합니다.

*하토혼점(下土昏墊): 아래 세상, 곧 인간 세상이 혼탁하고 어지럽게 빠져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제(濟): 건너게 하고 구제한다는 뜻입니다. 혼란한 세상을 바로잡고 구원함을 의미합니다.

*서기소문(敍其所聞): 들은 바를 서술한다는 뜻입니다. 겸손하게 자신의 기록을 밝히는 고전적 표현입니다.

*계지가(繼之以歌): 이어서 노래를 덧붙인다는 뜻입니다. 글의 끝에 송가(頌歌)를 이어 붙이는 형식입니다.

*기(紀): 기념비나 비석을 뜻합니다. 여기서는 지주중류비를 가리킵니다.

*당(堂): 사당이나 제향 공간을 말합니다.

*운운(沄沄): 물이 길고도 끊임없이 흐르는 모양입니다. 낙동강의 유장한 흐름을 묘사한 표현입니다.

*일부(一抔): 한 줌의 흙이라는 뜻으로, 무덤을 비유하는 고전적 표현입니다.

*장(藏): 장사지낸 곳, 곧 묘소를 뜻합니다.

*착석(斲石): 돌을 다듬고 깎는다는 뜻입니다.

*전사(鐫辭): 글을 새긴다는 뜻입니다. 비문을 조각하는 일을 말합니다.

*경광(耿光): 길이 빛나는 밝은 광채를 뜻합니다. 선생의 덕과 이름이 오래 빛남을 비유합니다.

*과충책효(課忠責孝): 충성을 권하고 효도를 힘쓰게 한다는 뜻입니다. 서원의 교육적 기능을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난효(蘭肴): 난초처럼 향기로운 제물을 말합니다.

*계서(桂醑): 계피 향이 나는 좋은 술을 뜻합니다. 제사에 올리는 귀한 술입니다.

*방불(髣髴): 어렴풋이 보이는 듯한 모양입니다.

*상양(徜徉): 한가롭고 유유히 거닌다는 뜻입니다.

*앙고산 부청류(仰高山 俯淸流): 높은 산을 우러르고 맑은 물을 굽어본다는 뜻으로, 고결한 인품을 흠모하는 유교적 추모 표현입니다.

 

[종(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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