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비의 실천적 덕성과 유교적 삶
서애(西厓) 선생의 「의빈부경력우공비명(儀賓府經歷禹公碑銘)」은 단순히 우언겸(禹彦謙) 선생의 생애와 관직 경력을 기록한 비명이 아니라, 조선 선비가 지향한 이상적 인간상과 유교적 가치의 실천을 보여 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서애는 우언겸의 가계와 관력을 서술하면서도 벼슬의 높고 낮음보다 그의 인품과 덕행에 더욱 큰 비중을 두어 기록하고 있다.
우언겸(禹彦謙) 선생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의 우애를 돈독히 하였으며, 자녀들에게는 학문보다 먼저 인간의 도리를 가르치고자 하였다. 특히 병든 어머니를 수십 년 동안 직접 간호하고, 부모를 봉양하지 못한 것을 평생의 한으로 여긴 모습은 유교 사회가 추구한 효의 정신을 잘 보여 준다. 또한 동생과 재산을 구분하지 않고 지내며, 친구와 이웃을 진심으로 대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은 행동은 그의 깊은 의리와 인애를 드러낸다.
서애 선생은 우언겸 선생의 관직 생활에서도 청렴과 책임감을 강조한다. 증산현령으로 재직할 때 창고의 폐단을 바로잡아 백성들의 부담을 덜어 준 일은 선정(善政)의 모범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는 지방관의 역할이 단순한 행정 집행이 아니라 백성을 위한 도덕적 책임에 있음을 보여 준다.
결국 이 비명은 한 인물의 행적을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효·우애·의리·청렴이라는 유교적 덕목이 실제 삶 속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이다. 서애는 우언겸을 통해 참된 선비란 학문과 관직의 성취보다 올바른 인격과 실천적 덕행으로 평가되어야 함을 말하고 있으며, 이러한 가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깊은 의미를 지닌다.
▣14-0. 의빈부경력우공비명(儀賓府經歷禹公碑銘)
| [전문]禹之先。本出丹陽。高麗時諱天錫。仕至中郞將兼監察雜端。其後有密直副使諱平。判密直致仕贈門下侍中諱福生。稍益顯。侍中生諱仁烈。佐本朝爲議政府左政丞諡靖平。名在史牒。禹氏始大。靖平之子諱良壽。知高城郡事贈兵曹參判。生諱孝剛。工曹參判寶文閣提學。是公高祖也。曾祖諱圻。平壤判官。祖諱桓。典艦司提檢。考諱成允。承仕郞。時寒暄金先生以道義訓後進。承仕公從之遊。孝友之行。爲世所稱。妣懷德黃氏副司果諱汀之女。以正德己巳生公。公諱彦謙。字益之。事擧子業。中丁酉生員。中廟末年。士論頗激。臧否太刻。公爲掌議。以恬和鎭之。衆心安焉。庚戌。太學生以公名合薦于朝。授義禁府都事。移授歸厚署別提。七月。復爲都事。以問事敏給見推。辛亥。坐事免官。癸丑。復拜都事。有親族爲本府經歷者。公在法應避。銓曹惜公之稱職也。欲移經歷他司。公謂金吾於宦途爲捷。義不可。銓官嘉其意。遂移典艦司別提。丙辰親族去。又拜都事。陞經歷。轉敦寧府主簿,掌隷院司評兼推刷都監郞廳。不苛而事理。庚申拜繕工監判官。監造嘉禮都監儀物。冬。爲洪州判官。未赴。辛酉。通判安東府。有惠政。秩滿。入爲尙瑞院判官。丁卯冬。出守甑山縣。西民無蓄資。仰給官倉。典守者偸耗倉實。民糶食其半。而糴取盈焉。困甚。公廉知其弊。始大治府庫。高垣牆。固扃鐍。謹監視。自是姦偸屛跡。升斗無欠。一境盡歡。以爲萬世賜。其還也。攀車相隨者。或至數日而不忍去。癸酉。拜儀賓府都事。尋改宗廟署令。陞儀賓府經歷。移濟用監僉正。又爲經歷。是年十一月丁丑。以疾卒。享年六十五。明年甲戌二月庚午。葬于廣州中道大王里申坐寅向之原。從先塋也。公生而有美質。純謹異常。凡所玩好。雖愛之甚。父母有不悅。輒棄去不復爲。八九歲。遊里閭。見有行鄕約禮者樂之。稍長。事聞人長者。爲學不倦。居家事親孝。與兄弟友。待族黨厚。母夫人患風疾。長在牀褥。公晨夜在。視寒暖之節。調其藥餌。未嘗委之人。積數十年不懈。服喪哀。奉祭謹。晩年得官。尤以祿不及養爲痛。每誦古人雖欲孝誰爲孝之語。輒嗚咽流涕。與弟奉事俊謙相愛篤。終日對案同席。怡如也。田宅臧獲之分。不立契券。以便易相占。其經紀家事。無彼此間。及奉事公卒。公號慟啜粥者幾月餘。撫恤庶産。恩如己出。敎子弟以倫理爲先。平居凡灑掃應對。必令子弟爲之。人或疑其妨學業。公曰。此固其職也。苟不知此。讀書何爲。嘗慨然曰。吾猶及見鄕約法矣。敎導之方一廢。欲汝輩成就。難矣。待朋友以誠。不以榮瘁貳其心。見有貧竆患難。憫惻調護。如不及。公之爲義禁府都事也。忠州獄起。朝士多連逮。人畏累。雖素識。漠如也。公獨日候問若平生。李觀察瀣遭誣被竄。公押去。病甚止中道。令子姪白令安意調息。吏胥懼及禍。交謁更諫。不聽。果有以此欲陷公者。數夕。李公卒遂免。又能尙德好善。嘗師柳藕。旣歿。事其妻如藕存時。甑山有元亨貞,姜仁福者有孝行。公厚遇之。列其行申于監司。公之篤實款厚。皆此類也。視世之粉飾於外。以賭赫赫之名。而中實枵然者。其何如也。公配金氏。司圃石璘之女。生三男三女。男長心傳。早世。次性傳。出系奉事後。中戊辰科。歷淸顯。爲養守水原縣。以文行聞。次道。傳業儒。女長適縣監洪翼昌。次適宗室興義守壽麒。次適判官韓守眞。早世。心傳娶忠義衛李運女。無子。水原娶副提學許曄女。道傳娶忠義衛鄭瑛女。生一女幼。洪翼昌生一男一女。男檼。女適正郞李養中。興義守生一女。適生員尹暾。水原與成龍交厚。介狀索銘。不敢以蕪拙辭。謹次其大槩而係以銘。銘曰。 丹陽茂閥。世有顯聞。翼翼靖平。奮庸熙運。繼緖敦光。益昭庭訓。公生端愨。賁以學問。潛心行原。古人是近。雲程躓騁。學論舒僨。聲于卑宂。動莫不殷。一麾分憂。嶺府關郡。寬居惠物。百里無慍。胡豐其積。而嗇其分。大期俄至。曾莫究蘊。尙留後慶。如火申熅。天報之厚。至是靡靳。刻辭貞珉。永世其奮。 |
이 글은 장문(長文)이다.
여기서는(14-0) 전문을 수록하고
내용에 따라 ① 가계와 출생 ② 관직 생활과 선정 ③ 효성과 부모 봉양 ④ 형제 우애와 자녀 교육 ⑤ 의리와 선행 실천 ⑥ 인물 총평과 명문(銘文)의 6단락(14-1,2,3,4,5,6)으로 나누어 공부하고자 한다.
이 글의 핵심 덕목은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효(孝)는 부모를 정성껏 섬기고 봉양하는 덕목으로 우언겸 비명의 중심 주제이다. 둘째, 우(友)는 형제간의 우애를 뜻하며 동생 우준겸과의 돈독한 관계를 통해 잘 드러난다. 셋째, 의(義)는 옳음을 실천하는 도리로서 친구와 억울한 사람을 끝까지 돌본 행동에서 나타난다. 넷째, 인(仁)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백성을 위한 선정과 어려운 이웃을 보살핀 모습에서 확인된다.
이는 서애 선생이 우언겸 선생을 높이 평가한 핵심 이유이며, 동시에 이 비명의 주제 의식을 이루는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다.
2026. 6. 14. 두서(杜西) 류시언(柳時彦)
*단양 우씨(丹陽禹氏): 충청북도 단양을 본관으로 하는 성씨. 우언겸이 속한 가문이다.
*우천석(禹天錫): 고려시대 중랑장 겸 감찰잡단을 지낸 단양 우씨의 선조.
*우평(禹平): 고려의 밀직부사를 지낸 인물로, 우씨 가문의 위상을 높인 선조이다.
*우복생(禹福生): 판밀직사를 지내고 문하시중에 추증된 인물.
*우인열(禹仁烈): 조선 개국에 참여하여 의정부 좌정승에 오른 공신. 시호는 정평(靖平)이다.
*정평공(靖平公): 우인열의 시호. 우씨 가문의 중흥조로 평가된다.
*한훤당 김굉필(寒暄堂 金宏弼): 조선 전기의 대표적 성리학자. 김종직의 학통을 계승한 사림파의 중심 인물로, 조광조 등의 스승이 되었다.
*우성윤(禹成允): 우언겸의 부친. 김굉필에게 학문과 도의를 배워 효우(孝友)로 명성이 있었다.
*생원(生員): 소과(小科) 초시·복시에 합격한 사람. 성균관 입학 자격을 얻었다.
*장의(掌議): 성균관 유생들의 대표 간부. 학내 여론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았다.
*의금부도사(義禁府都事): 의금부의 실무 관원. 국왕 직속 사법기관의 관리이다.
*의금부경력(義禁府經歷): 의금부의 종5품 관직. 우언겸의 주요 관직 가운데 하나이다.
*돈녕부주부(敦寧府主簿): 왕실 외척 업무를 담당하던 돈녕부의 실무 관직.
*장예원사평(掌隷院司評): 노비 소송과 관련 업무를 맡은 장예원의 관리.
*안동부(安東府): 조선시대 영남 지역의 중심 행정도시. 현재의 경상북도 안동시이다.
*증산현(甑山縣): 평안도 지역의 고을. 우언겸이 현령으로 재직하며 선정을 베푼 곳이다.
*환곡(還穀): 봄춘궁기에 백성에게 곡식을 빌려주고 추수 후 갚게 하던 제도. 본래 구휼책이었으나 관리들의 부정으로 폐단이 많았다.
*향약(鄕約): 마을 공동체의 자치 규약. 덕업상권(德業相勸), 과실상규(過失相規) 등을 실천하였다.
*충주옥사(忠州獄事): 충주에서 발생한 옥사(獄事). 많은 조정 신하들이 연루되어 사람들조차 가까이하기를 꺼렸다고 기록되어 있다.
*유우(柳藕): 우언겸이 스승으로 섬긴 학자. 사후에도 그 가족을 극진히 돌보아 의리를 실천하였다.
[종(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