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가의 가풍과 우언겸의 출생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 선생은 「의빈부경력우공비명」의 첫머리에서 우언겸(禹彦謙) 선생의 개인적 재능이나 관직 경력보다 먼저 그의 가계(家系)를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이는 조선시대 유교 사회에서 한 인물의 인품과 학문이 가문의 전통과 가풍 속에서 형성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우언겸 선생은 단양 우씨의 후손으로, 고려시대부터 이름난 인물들이 배출된 명문가에서 태어났다. 특히 조선 개국에 공을 세워 좌정승에 오른 정평공 우인열(禹仁烈)을 비롯하여 여러 대에 걸쳐 고위 관직과 학문적 명성을 이어 온 가문의 전통은 우씨 집안의 사회적 위상을 보여 준다. 그러나 서애가 강조하는 것은 단순한 문벌의 화려함이 아니다. 그는 부친 우성윤이 한훤당 김굉필 선생에게 도의를 배우고 효성과 우애로 세상에 칭송받았다는 점을 특별히 기록하였다.
이는 우언겸 선생의 훌륭한 덕행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선조로부터 이어진 학문과 도덕의 전통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어머니 역시 명문가 출신으로 덕망 있는 가정환경을 이루고 있었음을 밝혀, 우언겸의 성장 배경이 얼마나 건전하고 품격 있었는지를 보여 준다.
결국 이 부분은 우언겸 선생이라는 인물을 소개하는 서론이자, 훗날 그가 보여 줄 효행과 우애, 청렴한 관직 생활의 근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서애는 명문가의 진정한 가치가 높은 관직이나 혈통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대로 이어 온 도덕적 가풍과 인격 수양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14-1. 의빈부경력우공비명(儀賓府經歷禹公碑銘)
| [원문1]禹之先。本出丹陽。高麗時諱天錫。仕至中郞將兼監察雜端。其後有密直副使諱平。判密直致仕贈門下侍中諱福生。稍益顯。侍中生諱仁烈。佐本朝爲議政府左政丞諡靖平。名在史牒。禹氏始大。靖平之子諱良壽。知高城郡事贈兵曹參判。生諱孝剛。工曹參判寶文閣提學。是公高祖也。曾祖諱圻。平壤判官。祖諱桓。典艦司提檢。考諱成允。承仕郞。時寒暄金先生以道義訓後進。承仕公從之遊。孝友之行。爲世所稱。妣懷德黃氏副司果諱汀之女。以正德己巳生公。 |
◉禹之先。本出丹陽。高麗時諱天錫。仕至中郞將兼監察雜端。其後有密直副使諱平。判密直致仕贈門下侍中諱福生。稍益顯。侍中生諱仁烈。佐本朝爲議政府左政丞諡靖平。名在史牒。
○우씨(禹氏)의 선조는 본래 단양(丹陽)에서 나왔다. 고려 때 우천석(禹天錫)은 벼슬이 중랑장(中郞將) 겸 감찰잡단(監察雜端)에 이르렀다. 그 뒤 후손 가운데 밀직부사(密直副使) 우평(禹平)이 있었고, 판밀직사(判密直事)를 지내고 문하시중(門下侍中)에 추증된 우복생(禹福生)이 나와 가문의 명성이 더욱 높아졌다. 문하시중(門下侍中, 禹福生)의 아들 우인열(禹仁烈)은 조선 개국을 도와 의정부 좌정승(議政府左政丞)에 올랐으며, 시호는 정평(靖平)이다. 그의 이름은 사첩(史牒, 역사서와 계보 기록)에 기록되어 있다.
◉禹氏始大。靖平之子諱良壽。知高城郡事贈兵曹參判。生諱孝剛。工曹參判寶文閣提學。是公高祖也。曾祖諱圻。平壤判官。祖諱桓。典艦司提檢。
○우씨(禹氏) 가문이 비로소 크게 현달(顯達)하게 된 것은 정평공(靖平公)의 아들 휘(諱) 양수(良壽)로부터이다. 그는 고성군사(高城郡事)를 지냈으며 뒤에 병조참판(兵曹參判)에 추증되었다. 그의 아들 휘 효강(孝剛)은 공조참판(工曹參判)과 보문각제학(寶文閣提學)을 지냈으니, 이분이 바로 공(公)의 고조(高祖)이다. 증조(曾祖)는 휘가 기(圻)이며 평양판관(平壤判官)을 지냈고, 조부(祖)는 휘가 환(桓)이며 전함사제검(典艦司提檢)을 지냈다.
◉考諱成允。承仕郞。時寒暄金先生以道義訓後進。承仕公從之遊。孝友之行。爲世所稱。
○부친은 우성윤(禹成允)으로 승사랑(承仕郞)을 지냈다. 당시 한훤당(寒暄堂) 김굉필(金宏弼) 선생이 도의(道義)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우성윤은 그 문하에서 수학(受學)하며 교유(交遊)하였다. 그는 효성과 형제간의 우애가 뛰어나 세상 사람들의 칭송을 받았다.
◉妣懷德黃氏副司果諱汀之女。以正德己巳生公。
○어머니는 회덕 황씨(懷德黃氏)로, 부사과(副司果)를 지낸 황정(黃汀)의 딸이다. 정덕(正德) 기사년(1509)에 우언겸(禹彦謙) 공이 태어났다.
2026. 6. 15. 두서(杜西) 류시언(柳時彦)
*의빈부(儀賓府): 조선시대 왕실의 부마(駙馬)와 관련된 업무를 맡던 관청이다.
*경력(經歷): 조선시대 종6품 또는 정6품 계통의 실무 관직명이다.
*단양(丹陽): 충청북도 단양 지역. 단양 우씨(丹陽禹氏)의 본관이다.
*우씨(禹氏): 단양을 본관으로 하는 성씨로, 우언겸이 속한 가문이다.
*우천석(禹天錫): 고려시대 중랑장 겸 감찰잡단을 지낸 단양 우씨의 선조이다.
*중랑장(中郞將): 고려시대 무관직. 군사 지휘를 담당한 중견 장수급 관직이다.
*감찰잡단(監察雜端): 고려시대 감찰기관인 어사대의 관직. 관리의 비행을 감찰하고 탄핵하는 업무를 맡았다.
*감찰잡단(監察雜端) : 고려의 어사대(御史臺)로 조선의 사헌부(司憲府) 해당하는 기관의 관원으로, 백관(百官)의 비위를 살피고 풍속을 바로잡는 감찰 업무를 맡은 관직이다. 잡단(雜端)은 사헌부 소속의 하위 관원 명칭으로 여러 감찰 업무를 처리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우평(禹平): 고려시대 밀직부사를 지낸 인물로 우씨 가문의 명성을 높인 선조이다.
*밀직부사(密直副使): 고려시대 왕명 출납과 군사 기밀을 담당하던 밀직사의 고위 관직이다.
*우복생(禹福生): 판밀직사를 지내고 뒤에 문하시중에 추증된 인물이다.
*판밀직(判密直): 밀직사를 총괄하던 고위 관직이다.
*문하시중(門下侍中): 고려시대 최고 행정관직 가운데 하나로 정승에 해당한다.
*우인열(禹仁烈): 조선 개국에 참여하여 의정부 좌정승에 오른 공신. 시호는 정평(靖平)이다.
*좌정승(左政丞): 조선 전기 의정부 최고위 대신 가운데 한 사람. 영의정·우의정과 함께 국정을 총괄하였다.
*정평(靖平): 우인열의 시호. 나라를 안정시키고 태평하게 한 공적을 기려 내린 이름이다.
*사첩(史牒): 역사서와 계보(系譜) 등의 기록을 말한다.
*우양수(禹良壽): 정평공 우인열의 아들. 고성군사를 지냈고 사후 병조참판에 추증되었다.
*고성군사(高城郡事): 조선시대 고성 지역의 수령이다.
*증병조참판(贈兵曹參判): 사후에 병조참판 벼슬을 추증받은 것을 말한다.
*우효강(禹孝剛): 공조참판과 보문각제학을 지낸 인물로 우언겸의 고조이다.
*공조참판(工曹參判): 공조의 정3품 당상관. 토목·건축·수공업 관련 업무를 담당하였다.
*보문각제학(寶文閣提學): 학문과 문한 업무를 담당하던 관직이다.
*우기(禹圻): 우언겸의 증조. 평양판관을 지냈다.
*평양판관(平壤判官): 평양부의 행정 실무를 담당한 관원이다.
*우환(禹桓): 우언겸의 조부. 전함사제검을 지냈다.
*전함사제검(典艦司提檢): 선박과 수군 관련 업무를 담당한 관청의 관직이다.
*우성윤(禹成允): 우언겸의 부친. 승사랑을 지냈으며 효성과 우애로 이름이 높았다.
*승사랑(承仕郞): 조선시대 종9품 문관직이다.
*한훤당 김굉필(寒暄堂 金宏弼): 조선 전기의 대표 성리학자. 사림파의 종장으로 추앙받는다.
*도의(道義):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덕과 의리를 뜻한다.
*효우(孝友):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를 다하는 덕목이다.
*회덕 황씨(懷德黃氏): 충청도 회덕을 본관으로 하는 황씨 가문이다.
*황정(黃汀): 우언겸의 외조부. 부사과를 지낸 인물이다.
*부사과(副司果): 조선시대 오위(五衛)에 속한 종6품 무관직이다.
*정덕 기사년(正德己巳): 1509년(중종 4년). 우언겸이 태어난 해이다.
[종(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