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이웃을 대하는 의리
서애 류성룡이 지은 「의빈부경력우공비명」의 이 대목은 우언겸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의로운 품성을 잘 보여 준다. 그는 친구를 진심으로 대하였으며, 상대가 영달하든 몰락하든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또한 가난과 환난에 처한 사람을 보면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하며 정성을 다해 도왔다. 이는 인간관계를 이해관계가 아닌 신의와 도덕적 책임에 바탕을 두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특히 충주옥사로 많은 선비들이 연루되었을 때 사람들은 화가 자신에게 미칠 것을 두려워하여 평소 친분이 있던 이들까지 외면하였다. 그러나 우언겸은 홀로 평소와 다름없이 안부를 묻고 위로하였다. 또한 유배 중 병이 위중해진 이해를 압송하면서도 그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여 휴식을 취하게 하였으며, 그로 인해 자신이 모함을 받을 위험까지 감수하였다. 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의리를 저버리지 않은 그의 강직한 인품을 보여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아울러 그는 덕을 숭상하고 선행을 장려하는 데에도 힘썼다. 스승 유우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 부인을 정성껏 모셨으며, 효행으로 이름난 원형정과 강인복을 후하게 예우하고 그들의 선행을 관찰사에게 보고하여 널리 알리고자 하였다. 서애는 이러한 기록을 통해 우언겸이 단순히 개인의 덕을 닦는 데 그치지 않고, 의리와 선행이 사회 전체에 확산되기를 바랐던 참된 유학자였음을 보여 주고 있다.
▣14-5. 의빈부경력우공비명(儀賓府經歷禹公碑銘)
| [원문5]待朋友以誠。不以榮瘁貳其心。見有貧竆患難。憫惻調護。如不及。公之爲義禁府都事也。忠州獄起。朝士多連逮。人畏累。雖素識。漠如也。公獨日候問若平生。李觀察瀣遭誣被竄。公押去。病甚止中道。令子姪白令安意調息。吏胥懼及禍。交謁更諫。不聽。果有以此欲陷公者。數夕。李公卒遂免。又能尙德好善。嘗師柳藕。旣歿。事其妻如藕存時。甑山有元亨貞,姜仁福者有孝行。公厚遇之。列其行申于監司。 |
◉待朋友以誠。不以榮瘁貳其心。見有貧竆患難。憫惻調護。如不及。
○벗을 대함에는 성품을 다하여, 상대의 번성함[榮]과 쇠락함[瘁]에 따라 그 마음을 달리하지 않았다. 가난과 궁핍, 환난에 처한 이를 보면 가엾고 측은하게 여겨 조율하고 보호하기를, 마치 힘이 미치지 못할까 안달하였다.
◉公之爲義禁府都事也。忠州獄起。朝士多連逮。人畏累。雖素識。漠如也。公獨日候問若平生。
○ 공이 의금부 도사(義禁府都事)가 되었을 때 충주옥사(忠州獄事)가 일어나니, 조정의 선비들이 대거 연루되어 체포되었다. 사람들은 화가 얽힐까 두려워하여 비록 평소 알던 사이라도 아득하게 모르는 척 냉담히 대했다. 그러나 공만은 홀로 날마다 찾아가 안부를 물으니, 살아생전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李觀察瀣遭誣被竄。公押去。病甚止中道。令子姪白令安意調息。吏胥懼及禍。交謁更諫。不聽。果有以此欲陷公者。數夕。李公卒遂免。
○ 관찰사(觀察使) 이해(李瀣)가 모함을 받아 찬축(竄逐, 유배)당했을 때 공이 압송관이 되었다. 도중에 이해의 병환이 심해져 길을 멈추게 되자, 공은 그의 자식과 조카들에게 일러 "마음을 편히 하여 조심히 숨을 고르게 하라"고 타이르고 행차를 지체시켰다. 아전들이 화가 미칠까 두려워하여 번갈아 가며 거듭 간청하였으나 공은 듣지 않았다. 과연 이를 빌미로 공을 함정에 빠뜨리려는 자가 있었으나, 며칠 뒤 이 공(이해)이 세상을 떠남으로써 마침내 화를 면하게 되었다.
◉又能尙德好善。嘗師柳藕。旣歿。事其妻如藕存時。甑山有元亨貞,姜仁福者有孝行。公厚遇之。列其行申于監司。
○ 또한 덕을 숭상하고 선을 좋아함이 이와 같았다. 일찍이 유우(柳藕)를 스승으로 섬겼는데, 스승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 부인을 섬기기를 유우가 살아 계실 때와 똑같이 하였다. 증산(甑山) 땅에 원형정(元亨貞)과 강인복(姜仁福)이라는 효행이 지극한 자들이 있었는데, 공이 이들을 후대하고 그 행적을 낱낱이 서열(書列)하여 감사(監司)에게 신달(申達, 報告)하였다.
2026. 6. 19. 두서(杜西) 류시언(柳時彦)
*대붕우이성(待朋友以誠): 친구를 진실한 마음과 성의로 대하는 것을 말한다.
*영췌(榮瘁): 영화롭고 잘나가는 때와 쇠퇴하고 어려운 처지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이기심(貳其心): 마음을 달리하거나 변심하는 것을 말한다.
*빈궁환난(貧竆患難): 가난과 곤궁, 재난과 어려운 처지를 말한다.
*민측(憫惻): 불쌍하고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을 뜻한다.
*조호(調護): 돌보고 보살피며 보호하는 것을 말한다.
*여불급(如不及): 혹시라도 부족할까 염려하듯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뜻한다.
*의금부도사(義禁府都事): 의금부의 종5품 실무 관직으로 죄인 심문과 사건 처리를 담당하였다.
*충주옥(忠州獄): 충주에서 발생한 옥사(獄事) 사건을 말한다.
*조사(朝士): 조정에서 벼슬하는 관리와 선비를 말한다.
*연체(連逮): 사건에 연루되어 체포되거나 문초를 받는 것을 말한다.
*외루(畏累): 화가 자신에게 미칠 것을 두려워함을 뜻한다.
*소식(素識): 평소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을 말한다.
*막여(漠如): 모르는 사람처럼 냉담하게 대하는 모습을 뜻한다.
*후문(候問): 안부를 묻고 문안하는 것을 말한다.
*약평생(若平生): 평소와 다름없이 자연스럽게 대하는 것을 뜻한다.
*이해(李瀣): 조선 중기의 문신. 본관은 진보(眞寶), 자는 경명(景明), 호는 온계(溫溪)이다. 이해는 이황의 넷째 형으로, 학행과 덕망으로 이름이 높았다. 이 글에서는 모함을 받아 유배되었다가 병이 위중해진 인물로 등장하며, 우언겸이 압송 중에도 정성을 다해 돌본 대상으로 기록되어 있다.
*조무피찬(遭誣被竄): 모함을 받아 유배를 당하는 것을 말한다.
*압거(押去): 죄인이나 유배인을 압송하여 데려가는 것을 뜻한다.
*안의조식(安意調息): 마음을 편안히 하고 몸을 쉬어 병세를 돌보는 것을 말한다.
*이서(吏胥): 관청의 실무를 담당하던 아전들을 말한다.
*급화(及禍): 화가 자신에게까지 미치는 것을 뜻한다.
*교알갱간(交謁更諫): 여러 차례 찾아와 거듭 간언하고 만류하는 것을 말한다.
*상덕호선(尙德好善): 덕을 숭상하고 선행을 좋아하는 것을 말한다.
*류우(柳藕): 조선 중기의 학자로 자는 함경(咸慶), 호는 연당(蓮塘)이며 본관은 풍산(豊山)이다. 퇴계 이황의 문하에서 수학한 선비이자 우언겸의 정신적 스승이며, 비명을 찬한 서애 선생에게는 문중의 학자 선배이다.
*기몰(旣歿): 이미 세상을 떠났음을 뜻한다.
*사기처(事其妻): 그 아내를 공경하고 봉양하는 것을 말한다.
*증산(甑山): 평안도 지역의 지명으로, 우언겸이 수령으로 재임하였던 곳이다.
*원형정(元亨貞): 조선 중기의 효자(孝子)로 평안도 증산현(甑山縣) 사람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집에 신위를 모시고 아침저녁으로 제사를 올렸으며, 상중에는 소금을 먹지 않고 나물밥과 물로 연명하며 삼년상을 정성껏 치렀다. 이어 어머니가 별세하였을 때에도 같은 정성으로 복상(服喪)하여 효행이 널리 알려졌다. 그의 효성은 국가로부터 인정받아 정문(旌門)과 복호(復戶)의 포상을 받았으며, 《명종실록》에서는 전국의 효행자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인물로 평가되었다.
*강인복(姜仁福): 평안도 증산현(甑山縣) 지역의 효행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열기행(列其行): 그 행적과 선행을 기록하여 열거하는 것을 말한다.
*신우감사(申于監司): 감사(관찰사)에게 보고하거나 천거하는 것을 뜻한다.
*감사(監司): 조선시대 각 도(道)의 최고 지방관인 관찰사를 말한다.
[종(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