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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에 관한 기록들

▣15-0. 남처사묘표(南處士墓表)◈고난 속에서도 빛난 선비의 절개

작성자류시언|작성시간26.06.22|조회수78 목록 댓글 0

◈고난 속에서도 빛난 선비의 절개

 

서애 선생은 「남처사묘표(南處士墓表)」에서 남치리(南致利)를 가난과 질병, 그리고 연이은 상실 속에서도 학문과 의리를 굳게 지켜낸 선비로 형상화하였다.

 

남치리는 어린 나이에 부친을 여의었으나 스스로 뜻을 세워 학문에 힘썼으며, 퇴계 이황의 문하에서 수학한 뒤에는 과거의 성패에 연연하지 않고 성현의 학문을 탐구하는 데 전념하였다. 특히 극심한 빈곤 속에서도 독서와 수양을 멈추지 않았고, 부모와 형의 상을 당했을 때에는 예법을 다하여 효를 실천함으로써 유학자가 지향하는 도덕적 삶을 몸소 보여주었다.

 

서애는 이러한 남치리의 삶을 단순한 청빈의 실천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세속적 이익보다 의리와 학문을 중시하고, 얻고 잃음에 마음을 흔들리지 않는 인물로 평가하였다. 특히 「내면의 가치를 중하게 여기면 외물은 저절로 가벼워진다(內之重者 外不得不輕)」라는 평은 남치리의 인품과 학문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묘표의 마지막에서 서애는 남치리를 ‘좋은 곡식이 무르익기 전에 시들어 버린 것(未秋以萎)’에 비유하며 그의 요절을 깊이 애석해하였다. 이는 남치리가 이미 뛰어난 학문적 자질과 인격적 성취를 갖추었으며, 앞으로의 성장 또한 기대되었던 인물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글은 한 선비의 행적을 기록한 묘표인 동시에, 서애가 추구한 유학적 인간상과 학문관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 할 수 있다.

 

▣15-0. 남처사묘표(南處士墓表)

[전문]萬曆庚辰三月戊申。南君義仲卒。越閏四月庚申。朋友斂襚與賻。葬君于大峴之聽谷。其明年。又相與言曰。斯人也。旣不幸至此。又無以顯諸幽。無乃夷于纍纍者。以沈泯于後。於是。趙君宗道爲之購工治石。樹三尺之標于墓南。間以權生宇之狀屬余曰。願爲銘。余平日從君遊久。未嘗不敬服君志行之美。今君之亡也。悼惜之情。實有不得無言者。謹受而敍之曰。君諱致利。義仲其字也。其先寧海人。後徙安東。高祖諱貞貴。錄事昌德宮。曾祖諱敬彝。通贊通禮門。祖諱軾。訓導。考諱藎臣。妣草溪下氏。進士百源之女。君生八歲而孤。能辦志勵業。不待敎督。隣黨稱之。退溪李先生以道義訓後進。君甫踰冠。慨然登門。得先生獎許。先生歿而君愈感奮不懈。早以親故。事擧子業。再與鄕選。輒不利于省試。恬如也。曁晩。益專心爲己之學。其於正容謹節讀書竆理之功。日有所事。其進甚銳。同類皆自以不及。丁丑。遭卞夫人憂。情文俱備。雖甚瘠。猶執禮不變。足不出山門者三年。喪未闋而伯兄逝。君固已毁。至是又居兄喪次。葬而歸。病遂劇不能起。享年纔三十八。初君困於貧窶。薪水之供。或資隣比。居無以庇風雨。妻子苦寒餓。聞者皆動色。而君斷不以爲意。惟閉門讀誦而已。或愍慰之。輒曰。人惟畏死。故百事不得做。吾輩固應以死自守耳。君之病也。有女子笄而圖歸者。以兄喪未期止。所親以君病已危。勸且循權。君毅然不許。其制事處正如此。君配宜寧南氏。二男驥慶,虎慶。四女皆在室。嗟夫。今世之士。以儒自名者多矣。寧有能於俗學之外。知有聖賢之學而志之者乎。志焉而能潛修篤行。不以得喪欣戚貳之者乎。以君之才之識。已足以自見於世。而獨不汲汲於進取。顧乃悅義理之蒭豢。而味衆人之所不味。斥去浮僞。堅苦刻勵。以求造乎日章之實。其志已可貴矣。若夫平生所處貧竆憂撓。皆人之所難堪者。而君又爲安意順受。方且以爲進學力行之地而自勵焉。至於竆死而無怨悔色。豈無所得於己。而可勉爲也哉。內之重者。外不得不輕。君於此。已必有過人者矣。余他日觀君之爲人。固愛其雅靚純篤。至於論學。雖知其切實。尙恐有滯礙處。君之未死前數日。得君之書札而讀之。其所論。又明白開爽。不但如前日之見。余是以知君之學。又日進。而其來未可量也。天不假年。而至於斯。命矣夫。銘斯有辭。銘曰。
有嘉穀於斯。其田也良。其種也時。其耘也勤。以待日至之期。將食其䆅。未秋以萎。歸咎于誰。銘以表幽。以永其思。

이 묘표(墓表)에서 남치리는 조용하고 청렴한 의지와 깊은 내면을 지닌 인물로 형상화된다. 어려움을 피해 가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며, 학문과 도덕을 통해 자신을 완성하려는 모습은 오늘날에도 큰 울림을 준다. 그의 삶은 진정한 효(孝)와 의(義)에 입각한 전통적 선비상 그 자체다.

 

「남처사묘표」는 크게 보면 ‘남치리의 생애와 행적’, 둘째 ‘서애 선생의 인물 평가와 추모’라는 두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글이 길어서 여기서는 우선 전문(14-0)을 대략 살펴보고 이어서 두 부분(14-1,2)으로 나누어 공부하고자 한다.

제1부(14-1)는 남치리의 생애와 행적이다.(萬曆庚辰三月戊申。南君義仲卒。부터 君配宜寧南氏。二男驥慶,虎慶。四女皆在室。까지) 주요 내용으로는 ① 묘표를 세우게 된 경위(남치리 사망, 친구들의 장례, 묘표 건립, 서애에게 명문 청탁} ② 가계 소개(영해 남씨, 안동 이거, 조상 내력) ③ 성장 과정(8세에 부친 별세, 스스로 학문에 뜻을 세움, 퇴계 문하 입문) ④ 학문 태도(과거 공부, 향시 합격, 회시 낙방, 그러나 담담하게 받아들임) ⑤ 성리학 공부(위기지학 전념) ⑥ 효행(모친상, 형상, 예를 다함) ⑦ 청빈한 생활(극심한 가난, 독서 지속,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 ⑧ 원칙 준수(딸 혼례 연기, 상중 예법 고수) 등이 기록되어있다. 핵심 주제는 "남치리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제2부(14-2)는 서애의 평가와 명문(銘)이다,(嗟夫。今世之士。부터 銘以表幽。以永其思。까지) 주요 내용으로는 ① 당시 선비들에 대한 비판(오늘날 유학자를 자처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참된 성현의 학문을 추구하는가?) ② 남치리에 대한 찬양(의리 중시, 학문 사랑, 허위 배격, 의리를 양식처럼 삼음, 남들이 모르는 즐거움을 앎) ③ 가난에 대한 평가(보통 사람은 견디기 어려운 빈곤을 학문의 터전으로 삼았음) ④ 최고의 평가(내면이 무거우면 외물은 가벼워진다. 이 문장이 사실상 남처사묘표의 핵심) ⑤ 마지막 편지 이야기(죽기 직전 받은 편지를 통해 서애는 남치리의 학문이 더욱 성숙했음을 확인함.) ⑥ 요절에 대한 탄식(하늘이 수명을 주지 않았다.) ⑦ 명문(銘- 좋은 곡식 비유)등이 기록되어있다. 핵심 주제는 "서애는 왜 남치리를 높이 평가했는가?"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2026. 6. 22. 두서(杜西) 류시언(柳時彦)

 

*처사(處士):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학문과 덕행을 닦으며 살아가는 선비를 가리킨다. 조선시대에는 세속적 명리를 좇지 않고 도학(道學)을 실천하는 인물을 높여 부르는 칭호로 사용되었다.

*거자업(擧子業): 과거(科擧)에 응시하기 위한 학업이다. 남치리는 처음에는 과거공부에 힘썼으나, 뒤에는 이를 넘어서 성현의 학문에 전념하였다.

*향선(鄕選): 지방에서 시행하는 향시(鄕試)에 선발되는 것을 말한다. 과거제의 초급 단계에 해당하며, 남치리는 두 차례 향시에 합격하였다.

*성시(省試): 한양에서 실시하는 중앙 과거시험을 말한다. 향시를 통과한 뒤 응시하는 시험으로, 남치리는 여러 차례 응시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위기지학(爲己之學):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고 도덕성을 완성하기 위한 학문을 말한다. 명예와 출세를 목적으로 하는 위인지학(爲人之學)과 대비되는 성리학의 핵심 개념이다.

*궁리(窮理): 사물과 인간의 이치를 깊이 탐구하여 그 본질을 밝히는 공부를 말한다. 성리학에서 독서와 함께 가장 중요한 수양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정문구비(情文俱備): 진실한 슬픔과 정성[情]이 있고, 예법과 절차[文]도 모두 갖추어져 있음을 뜻한다. 상례(喪禮)를 평가할 때 가장 이상적인 상태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추환(蒭豢): 본래는 가축의 꼴과 사람의 좋은 음식을 뜻한다. 「悅義理之蒭豢」에서는 의리(義理)를 마치 음식처럼 즐기고 삶의 양식으로 삼았다는 비유적 의미로 사용되었다.

*일장지실(日章之實): 덕성과 학문이 날마다 더욱 밝아지고 드러나는 실제의 경지를 뜻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명성이 아니라 내면의 성숙과 실질적인 학문 성취를 중시하는 성리학적 이상을 보여 준다.

*담여(恬如): 마음이 고요하고 담담하여 얻고 잃음에 흔들리지 않는 상태이다. 남치리가 과거시험에 낙방하고도 조금도 개의치 않았음을 보여 준다.

*부위(浮僞): 겉으로만 꾸미고 실속이 없는 허위와 가식이다. 서애는 남치리가 이러한 세속적 풍조를 배척하고 진실한 학문을 추구하였다고 평가했다.

*내지중자 외부득불경(內之重者 外不得不輕): 내면의 도덕과 학문을 중하게 여기면 외적인 부귀와 명예는 자연히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남치리의 삶과 서애의 인물관을 가장 잘 보여 주는 핵심 문장이다.

 

[종(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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