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해자로 풀어보는 천자문[012] 추위양국 유우도당(推位讓國 有虞陶唐)
<권위를 양보하고 나라를 물려주다>
1. 들어가는 말
《천자문(千字文)》의 열두 번째 구절인 “추위양국 유우도당(推位讓國 有虞陶唐)”은 고대 성왕들이 덕(德)을 바탕으로 천하를 다스리고,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사사로이 독점하지 않고 어진 이에게 물려주었던 이상적인 정치를 노래한 구절입니다. 이러한 선양의 정신은 천하가 특정 개인이나 가문의 사유물이 아니라 백성을 위한 공공의 것이라는 정치 이념을 보여 줍니다.
여기서 ‘추위양국(推位讓國)’은 임금의 자리를 스스로 미루어 덕 있는 사람에게 맡기고, 나라를 사사로운 소유물처럼 여기지 않고 기꺼이 양보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혈연이나 세습보다 인격과 능력을 우선시한 선양(禪讓)의 정치를 가리키는 말로, 유교에서 이상적인 통치 형태로 높이 평가되어 왔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요임금은 자신의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않고 천하의 인재 가운데 가장 덕이 뛰어난 순(舜)을 선택하였으며, 순 역시 천하를 사사로이 하지 않고 어진 이를 등용하여 백성을 편안하게 다스렸다고 합니다.
또한 ‘유우(有虞)’는 순임금(舜帝)의 씨족명이며, ‘도당(陶唐)’은 요임금(堯帝)의 씨족명입니다. 요와 순은 중국 고대의 전설적인 성왕(聖王)으로, 인(仁)과 덕(德)을 바탕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사랑한 군주로 전해집니다. 특히 요가 순에게 천하를 물려준 고사는 동양 정치사상에서 ‘요순선양(堯舜禪讓)’이라 불리며, 덕 있는 사람이 천하를 맡아야 한다는 이상 정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후대 유학자들은 ‘요순지치(堯舜之治)’를 태평성대와 덕치(德治)의 최고 모범으로 존숭하였습니다.
이 구절은 단순히 옛 성군의 이름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사사로운 욕심보다 공공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하며, 천하는 덕 있는 사람에게 맡겨져야 한다는 유교 정치철학의 핵심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추위양국 유우도당”은 권력의 정당성과 이상적인 통치자의 모습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고전 구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들어 있는 말
가. 어구의 핵심 의미와 철학적 배경
“추위양국 유우도당(推位讓國 有虞陶唐)”은 고대 성왕들이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사사로이 여기지 않고 덕 있는 이에게 천하를 맡겼다는 사실을 통해 이상적인 정치의 모습을 보여 주는 구절입니다. 이는 혈통에 따른 세습보다 인격과 능력을 우선시한 선양(禪讓)의 정신을 담고 있으며, 동양 정치사상에서 덕치(德治)의 대표적인 모범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 推位(추위) : 지위와 권한을 스스로 미루어 준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위(位)’는 임금의 자리와 통치권을 의미하며, ‘추(推)’는 이를 자신만의 것으로 여기지 않고 덕 있는 사람에게 넘겨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讓國(양국) : 나라를 사양하여 물려준다는 뜻입니다. 단순히 왕위를 넘기는 것이 아니라, 천하의 안녕과 백성의 행복을 위해 가장 적합한 인물에게 통치권을 맡기는 선양의 정치를 가리킵니다.
• 有虞(유우) : 순임금(舜帝)의 씨족명입니다. 순은 효성과 덕행으로 이름이 높았으며, 요임금의 신임을 받아 천하를 맡게 된 이상적인 성군으로 전해집니다.
• 陶唐(도당) : 요임금(堯帝)의 씨족명입니다. 요는 덕과 지혜로 천하를 다스린 성왕으로 알려져 있으며, 자신의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않고 덕 있는 순에게 천하를 맡긴 인물로 전해집니다.
고대 유교 정치사상에서는 요와 순의 선양을 이상 정치의 전형으로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요는 천하를 사유물로 여기지 않고 덕 있는 이를 천거하였으며, 순 또한 백성을 위해 정사를 펼쳐 태평성대를 이루었다고 전해집니다. 이러한 고사는 후대에 ‘요순선양(堯舜禪讓)’이라 불리며, 덕 있는 사람이 천하를 맡아야 한다는 정치 이념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 구절에는 ‘천하위공(天下爲公)’의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천하는 특정 개인이나 가문의 소유물이 아니라 모든 백성을 위한 공공의 영역이며, 통치자는 사익보다 공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추위양국 유우도당”은 단순한 역사적 일화를 넘어, 권력은 덕을 위해 존재해야 하며 정치의 목적은 백성의 안녕에 있다는 동양 정치철학의 핵심 가치를 보여 주는 구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 《설문해자(說文解字)》를 통한 문자학적 고증
이 구절을 이루는 여덟 글자는 덕 있는 성왕이 천하를 사사로이 하지 않고 어진 이에게 통치권을 물려준 선양(禪讓)의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설문해자》의 풀이를 살펴보면 각 글자가 지닌 본래 의미와 자형의 유래를 통해 이 구절의 뜻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 推(추) : 「排也。从手,隹聲。」 밀어낸다는 뜻입니다. 뜻을 나타내는 손(手)과 소리를 나타내는 추(隹)가 결합한 형성자로, 손으로 앞으로 밀어 보내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여기서는 자신의 지위와 권한을 덕 있는 사람에게 내어준다는 의미로 쓰였습니다.
• 位(위) : 「位,列中庭之左右曰位。从人立。」사람(人)과 서다(立)가 결합한 글자로, 본래 조정의 뜰에서 각기 서는 위치입니다. 후대에는 직위·지위·신분의 의미로 확대되었으며, 여기서는 임금의 자리인 왕위를 뜻합니다.
• 讓(양) : 「相責讓也。从言,襄聲。」 사양하고 양보함을 뜻합니다. 말(言)과 양(襄)이 결합한 형성자로, 서로에게 예를 갖추어 양보하는 행위를 나타냅니다. 여기서는 왕위를 욕심내지 않고 덕 있는 사람에게 물려주는 선양의 정신을 상징합니다.
• 國(국) : 「邦也。从囗从或。」 나라를 뜻합니다. 성곽을 나타내는 국위(囗)와 무기 및 영토를 뜻하는 혹(或)이 결합된 글자로, 일정한 영역과 백성을 지닌 정치 공동체를 의미합니다. 여기서는 천하와 국가의 통치권을 가리킵니다.
• 有(유) : 「不宜有也。《春秋傳》曰:『日月有食之。』从月从又。」 가지다, 존재하다는 뜻입니다. 본래 손(又)으로 고기(月)를 쥐고 있는 형상에서 유래하여 소유와 존재의 의미를 나타냅니다. 여기서는 씨족명인 ‘유우(有虞)’의 일부로 쓰였습니다.
• 虞(우) : 「騶虞也。白虎黑文,尾長於身。仁獸,食自死之肉。」 본래 상서로운 짐승인 추우(騶虞)를 가리키는 글자입니다. 후대에는 순임금의 씨족명인 ‘유우씨(有虞氏)’를 나타내는 글자로 사용되었으며, 덕 있는 성왕의 시대를 상징하는 의미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 陶(도) : 「再成丘也。从阜,匋聲。」 언덕이 거듭 이어진 모양을 뜻합니다. 뜻을 나타내는 언덕 부(阜)와 소리를 나타내는 포도 도(匋)가 결합한 형성자입니다. 후대에는 질그릇을 굽는다는 의미로도 널리 쓰였으며, 여기서는 요임금의 씨족명인 ‘도당씨(陶唐氏)’의 일부로 사용되었습니다.
• 唐(당) : 「大言也。从口从庚。」 본래 크게 말하는 모습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뜻을 나타내는 입 구(口)와 소리를 나타내는 경(庚)이 결합한 형성자로, 후대에는 크고 성대한 의미로 확대되어 나라 이름과 지명, 씨족명 등에 사용되었습니다. 여기서는 요임금이 속한 도당씨(陶唐氏)를 가리키는 글자입니다.
3. 맺는 말
《설문해자》의 풀이를 통해 살펴본 “추위양국 유우도당(推位讓國 有虞陶唐)”은 고대 성왕들이 천하를 사사로운 소유물로 여기지 않고, 덕과 능력을 갖춘 이에게 기꺼이 통치권을 물려주었던 이상 정치의 모습을 보여 주는 구절입니다. 요임금과 순임금으로 이어지는 선양(禪讓)의 전통은 권력의 정당성이 혈연이나 세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덕성과 공공성을 바탕으로 해야 함을 일깨워 줍니다.
유교에서는 요순(堯舜)의 정치를 덕치(德治)의 이상으로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천하는 특정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백성 모두를 위한 공공의 영역이며, 통치자는 사익보다 공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천하위공(天下爲公)’의 정신이 바로 이 구절에 담겨 있습니다.
결국 “추위양국 유우도당”은 덕 있는 사람이 천하를 맡아야 한다는 이상 정치의 원칙을 전하는 말입니다. 이 여덟 글자는 단순히 고대 성왕의 이야기가 아니라, 권력은 지배가 아니라 책임이며 지도자는 공동체의 안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권위를 탐하지 않고 도리에 따라 양보하는 정치야말로 사회의 안정과 번영을 이루는 길임을 보여 주며, 오늘날에도 도덕적 리더십과 책임 있는 권력 행사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종(終)>
2026년 6월 11일
두서(杜西) 류시언(柳時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