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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해자로 풀어보는 천자문[021] 여모정렬 남효재량(女慕貞烈 男效才良) <마음의 곧음과 재덕의 어짊을 본받다>

작성자류시언|작성시간26.06.20|조회수19 목록 댓글 0

◆설문해자로 풀어보는 천자문[021] 여모정렬 남효재량(女慕貞烈 男效才良)

<마음의 곧음과 재덕의 어짊을 본받다>

 

1. 들어가는 말

《천자문(千字文)》의 스물한 번째 구절인 “여모정렬 남효재량(女慕貞烈 男效才良)”은 인간이 어떠한 품성과 덕목을 본받으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제시한 구절입니다. 앞 구절인 “공유국양 기감훼상(恭惟鞠養 豈敢毀傷)”이 부모에게 받은 몸을 소중히 보존해야 한다는 효(孝)의 출발을 밝혔다면, 이 구절은 그 몸과 마음을 바탕으로 어떠한 인격을 길러야 하는지에 대한 수신(修身)의 방향을 보여 줍니다.

 

여모정렬(女慕貞烈)은 여자가 곧고 굳은 절개와 바른 품행을 사모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정렬(貞烈)은 단순한 외적 절개만이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도 마음의 바름과 지조를 지켜 나가는 내면의 덕성을 의미합니다. 남효재량(男效才良)은 남자가 뛰어난 재능과 어진 품성을 본받는다는 뜻입니다. 재량(才良)은 단순히 능력이 뛰어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재능과 학식을 바르게 활용하여 사람과 세상에 이롭게 하는 덕을 함께 갖춘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구절의 핵심은 남녀의 역할을 단순히 구분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유교의 수신론에서 ‘정렬(貞烈)’과 ‘재량(才良)’은 인간이 갖추어야 할 내면의 곧음과 실천의 어짊을 상징합니다. 따라서 “여모정렬 남효재량”은 훌륭한 본보기를 사모하고 이를 본받아 스스로를 닦아 나가는 과정이 인간 완성의 길임을 보여 줍니다. 앞서 받은 몸의 은혜를 깨달았다면, 이제는 그 몸과 마음으로 바른 덕행을 이루어야 한다는 천자문의 수신 정신을 보여 주는 구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들어 있는 말

 

가. 어구의 핵심 의미와 철학적 배경

“여모정렬 남효재량(女慕貞烈 男效才良)”은 곧은 지조를 사모하고 뛰어난 재능과 어진 품성을 본받는다는 뜻입니다. 이는 단순한 성별 구분을 넘어, 인간이 갖추어야 할 마음의 바름과 행동의 덕성을 제시한 표현입니다.

 

앞선 “개차신발 사대오상(蓋此身髮 四大五常)”이 인간 존재의 근본을 밝히고, “공유국양 기감훼상(恭惟鞠養 豈敢毀傷)”이 부모의 은혜에 대한 효를 가르쳤다면, 이 구절은 그 몸과 마음을 어떻게 닦아 훌륭한 인격으로 완성할 것인가를 보여 줍니다.

 

• 女慕(여모) : 여자가 바른 덕성을 사모하고 본받는다는 뜻입니다. ‘모(慕)’는 단순한 동경이 아니라, 훌륭한 인격과 도리를 마음에 새기고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하려는 자세를 의미합니다.

• 貞烈(정렬) : ‘정(貞)’은 바르고 변하지 않는 마음이며, ‘렬(烈)’은 굳세고 강한 기상을 뜻합니다. 따라서 정렬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도리를 잃지 않고 자신의 지조를 지키는 내면의 덕성을 나타냅니다. 이는 외부의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옳음을 지키려는 도덕적 주체성을 의미합니다.

• 男效(남효) : 남자가 어진 인물의 덕행을 본받는다는 뜻입니다. ‘효(效)’는 겉모습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본보기를 통해 자신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수양의 태도를 말합니다. 이는 『논어(論語)』의 “어진 이를 보면 그와 같아지기를 생각한다(見賢思齊)”는 가르침과도 연결됩니다.

 

• 才良(재량) : 뛰어난 재능[才]과 어진 품성[良]을 함께 갖춘 상태를 뜻합니다. 유교에서 이상적인 인재는 능력만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바르게 사용하고 타인과 사회를 이롭게 하는 덕을 갖춘 사람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정렬(貞烈)과 재량(才良)은 서로 다른 방향의 덕목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인격 완성을 향합니다. 정렬은 마음을 바르게 지키는 내적 기준이고, 재량은 그 마음을 바탕으로 세상 속에서 실천하는 외적 능력입니다.

 

결국 “여모정렬 남효재량”은 타고난 조건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는 수양을 통해 덕성을 완성해야 한다는 유교적 인간관을 보여 줍니다.

나. 《설문해자(說文解字)》를 통한 문자학적 고증

“여모정렬 남효재량”의 여덟 글자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품성과 행동의 방향을 문자 속에 담고 있습니다. 《설문해자》의 자형 풀이를 살펴보면 고대인들이 덕목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 女(여): 「婦人也。象形。」 여인이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단정하게 꿇어앉아 있는 자태를 본뜬 상형자입니다. 고대인들이 지향한 내면의 정숙함과 겸양, 그리고 만물을 잉태하고 품어내는 포용성의 미덕을 상징합니다.

• 慕(모): 「思也。从心,莫聲。」 깊이 사모하고 그리워함을 뜻하는 형성자(形聲字)입니다. 마음 심(心)을 바탕으로 훌륭한 덕성을 간절히 동경하고, 그 고결한 가치를 내면화하려는 의지적 자각과 지향을 나타냅니다.

• 貞(정): 「卜問也。从卜,貝聲。」 점을 쳐서 신의 뜻을 묻는다는 뜻의 형성자입니다. 卜(점 복)과 소리부인 貝(조개 패)가 결합하였으며, 본래 하늘과 신령 앞에 바름을 판단하고 묻는 의미에서 후대에 ‘곧음·굳은 지조’의 뜻으로 확장되었습니다.

• 烈(렬): 「烈炎也。从火,列聲。」 세차게 타오르는 불꽃을 뜻하는 형성자입니다. 불 화(火)가 지닌 속성처럼, 불의(不義) 앞에서도 결코 뜻을 굽히지 않는 강인한 의지와 굽히지 않는 충절의 기상을 대변합니다.

• 男(남): 「田力也。从田,从力。」 밭(田)과 힘(力)이 결합한 유서 깊은 회의자(會意字)입니다. 대지를 일구는 강건한 노동력을 묘사한 것으로, 공적 영역에서 책무를 다하는 남성의 근면성과 주도적인 실천력을 상징합니다.

• 效(효): 「象也。从攴,交聲。」 모범을 온전히 본받아 행함을 뜻하는 형성자입니다. 행동을 나타내는 부수인 攴(칠 복)이 쓰여, 현인의 도덕적 자질을 단순히 우러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삶 속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태도를 뜻합니다.

• 才(재): 「草木之初。从丨,上象貫一,將生枝葉也。」 초목의 새싹이 단단한 땅을 뚫고 솟아오르는 형상을 본뜬 상형자입니다. 두터운 대지를 헤치고 나오는 생명의 강인한 잠재력에서, 후대에 인간이 발휘하는 실질적인 ‘재능과 역량’의 의미로 가차되었습니다.

• 良(량): 「善也。从皀,亡聲。」 아름답고 어진 성품을 뜻하는 형성자입니다. 본래 잘 익은 곡식의 좋은 향기와 상태를 뜻하는 皀(급)에서 유래하여 후대에 선함의 뜻으로 확장되었으며, 인간의 본성 속에 깃든 때 묻지 않은 순선(純善)의 완성 상태를 상징합니다.

 

3. 맺는 말

 

“여모정렬 남효재량(女慕貞烈 男效才良)”은 인간이 지향해야 할 도덕적 품성과 역량의 지표를 남녀의 조화로운 덕목을 통해 제시한 구절입니다. 사람의 덕은 시련 속에서도 변치 않는 내면의 곧음[貞烈]과 세상을 이롭게 하는 어진 재능[才良]이 조화를 이룰 때 완성됩니다.

 

여기서 정렬(貞烈)은 단순한 외적 억압이나 굴종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도리를 잃지 않는 주체적 자세이며, 재량(才良)은 단순한 지식의 과시가 아닌 인격과 능력이 조화를 이룬 성숙한 실천입니다. 이는 끊임없는 배움과 실천을 통해 품성을 갈고닦아야 한다는 유교적 솔성(率性) 사상과 궤를 같이합니다.

 

특히 이 구절은 앞선 “공유국양 기감훼상(恭惟鞠養 豈敢毀傷)”의 효(孝) 사상과 자연스럽게 결속됩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몸을 소중히 보존하는 효의 자각을 이룬 사람은, 이제 그 고귀한 신체와 마음을 바르게 성장시켜 훌륭한 덕성을 길러내야 한다는 능동적 처신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여덟 글자는 좋은 본보기를 사모하고 스스로를 닦아 나가는 과정이 인간 완성의 길임을 일깨웁니다. 시대와 표현은 달라져도, 바른 마음과 어진 행동을 추구하는 수신의 가치는 오늘날에도 이어지는 고전의 가르침이라 할 수 있습니다.<종(終)>

 

2026년 6월 20일

두서(杜西) 류시언(柳時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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