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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애인과 헤어졌습니다. (장문)

작성자연탄가스|작성시간09.04.26|조회수341 목록 댓글 22

2006년 6월 3일부터 시작한 사랑을 어제부로 끝냈습니다.

 

날짜를 계산해보니 1057일이더군요. 개월수로 계산해보니 35개월이구요.

 

군대가기 108일전에 사귀기 시작해서 군대 2년 고무신 거꾸로 신지 않고 기다려준 그녀와

 

좋은 친구로 남기로 했습니다.

 

저는 현재 인서울 상경계열 학부 3학년1학기, 그녀는 카이스트 석사 1학기째인데... 떨어져 지낸지 3개월만에 결국 good-bye네요.

 

그녀는 제가 최전방에서 군생활하는 내내 편지써주고 전화 자주하라면서 전화비도 모두 내준 너무나 착한 그녀인데요.

 

전화비만 해도 거의 100만원 정도 나왔을겁니다. 자기 용돈에서 매달 5만원씩 꼬박꼬박 충전해주었는데...

 

그녀가 석.박사 통합과정이라 최소 5년이나 떨어져있어야 하는 것이 너무나 큰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전 25살, 그녀는 24살...5년 뒤면 전 30살이 되어 있겠네요.

 

그녀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면 5년이 아니라 10년이라도 떨어져서 지낼 수 있었겠죠. 하지만 그런 사이도 아니고

 

그냥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순수하게 그녀라는 사람이 좋아서 만나던 옛날이 더 좋았던것 같습니다.

 

우리는 참 서로 잘 맞아서 좋았었습니다. 하지만 생각과 가치관같은 것들은 좀 맞지 않았습니다.

 

이번 여름방학에 저는 학교에서 캐나다로 2달간 인턴십을 하러 떠납니다. 그녀에게 말했더니 "또?" 라고 하더군요.

 

지난 겨울방학에도 싱가폴로 2달동안 일하러 갔었거든요. 그녀는 제게 지난번에도, 이번에도 "꼭 가야돼?" 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저와 떨어져있으면서 맘대로 연락을 못하는게 너무나 싫다네요. 맘대로 연락 못하는건 군대 2년으로 지긋지긋하다며..

 

방학때마다 2달씩 계속 군대생활 하는것 같아 싫다고 했습니다.

 

이번 여름엔 캐나다로, 겨울엔 배낭여행을 두달정도 갈 생각인데 넌 왜 자꾸 방학때마다 내 곁을 떠나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꼭 외국으로 나가야 너에게 도움이 되는거냐고, 인턴은 국내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냐고 되묻습니다.

 

노훌들도 아시겠지만 3학년을 인턴으로 쓰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 얘기를 해주면서 조금이라도 젊을때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싶다고 말을 해주었습니다. 이런게 지금 당장은 나에게 도움이 안될지 몰라도 나중에는 결국 내게 이득으로 돌아올거라

 

고 확신한다는 말과 함께~

 

한참을 말이 없던 그녀는 결국 제게 이쯤에서 그만하자고 하더군요. 자기가 자꾸 제 발목을 붙잡는 것 같아 맘도 편하지 않다며...

 

그러면서 하염없이 울더군요. 울지 않으려 했는데 저도 눈물이 났습니다. 그녀 앞에서 처음으로 욕설을 내뱉었습니다.

 

"씨발...왜 눈물이 나냐...사내새끼가 여자앞에서 왜 쳐 울고 지랄이냐고..."

 

그녀는 제게 말했습니다. 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하지만 주변 환경이 뒷받침해주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라고

 

제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헤어진게 아니라 연인에서 친구로 다운그레이드된거라고...그렇게 위로했습니다.

 

그녀도 제게 좋은 친구로 남자더군요. 네가 싫어서 끝내는게 아니니까~ 그동안 자길 사랑해줘서 고마웠다네요.

 

그러면서 제게 하는 얘기가 "우리가 좀더 나이를 먹고 만났더라면 분명 결혼했을거야. 서로 너무 잘 맞잖아. 근데 학생때 만나서

 

결국 이정도밖에 안되는게 너무 아쉬워" 였습니다.

 

버스타고 돌아오기 전에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몇가지 부탁을 했습니다.

 

가끔씩 밥이라도 같이 먹는 그런 사이가 되자고 (그녀의 서울 집과 우리집은 20분밖에 안 걸립니다.)

남자친구가 새로 생기면 내게 제일 먼저 말해달라고, 그럼 누구보다도 제일 많이 축하해주겠다고

그리고 저를 친형처럼 따라주고 친자식처럼 아껴주신 그녀의 남동생과 부모님께 고맙고 감사했다고 전해달라고 말이죠.

 

그리고 버스에 오르기 직전 마지막으로 입맞춤을 하고 그렇게 우리의 공식적인 연인사이를 정리했습니다.

 

그녀를 잊기 어려울것 같습니다. 너무 힘듭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계속 눈물이 납니다.

 

22살에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을 알게해주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그녀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

 

차라리 대판 싸우고 서로 욕하면서 헤어지면 이렇게 아쉽지도 않을겁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게 이런것인가요?

 

25년 인생동안 처음 겪는 이별이라 더 힘들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빨리 잊어야겠죠?

 

전 지금 계속 하림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를 반복해서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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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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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바람이불까? | 작성시간 09.04.30 방학동안 매번이라는 말이 나왔으면 한번쯤은 접을줄 알아야 될텐데....연달아 비웠다면 심각할듯.....그거 오래사귀었으니 망정이지...1년내라면 개밥맛이라는 소리들음....실제로 10년전 비슷한 경험이 있음 ㅋㅋ
  • 답댓글 작성자연탄가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5.01 ㄴ제대하고 첫 방학에 싱가폴 2달, 이번이 두번째 방학인데 이번에 캐나다 2달...하긴..ㅅㅂ
  • 답댓글 작성자바람이불까? | 작성시간 09.05.01 슈팔 같이가던지....아니면 한번쯤 접는다던지 기간을 단축한다던지 가기전에 좀 놀아주고 간다던지 방법은 많은데 그대는 어떤 노력을 했을까?
  • 답댓글 작성자연탄가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5.01 ㄴ 내가 한 노력...여친이 서울 올라오면 주말 이틀은 무조건 같이 지내기 & 토욜날 새벽 6시에 득달같이 대전 내려가서 밤 12시까지 같이 놀고 새벽차타고 올라오기 등등...가기전에 좀 놀아주고 간다라~ 놀아주는건 존나 같이 놀아줬다고 생각함 ㅇㅇ 한번쯤 접는다는건 내게 온 기회가 너무 큰거라 놓치고 싶지 않았고 기간 단축은 내가 어떻게 할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어쩔수 없었음 ㅇㅇ
  • 작성자마법사 | 작성시간 09.05.02 나..2006년 6월 2일에 시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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