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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기사]]샐러리맨의 덥고 배고픈 여름 (3)] 늘어난 근무, 얇아진 지갑

작성자애니그마|작성시간09.07.30|조회수96 목록 댓글 1

지난 4월 말, 국내 굴지의 S회계법인 직원들은 사측이 보낸 단체 메일에 아연실색했다. 회사 대표 명의의 메일은 “앞으로 야근보다는 조근(朝勤)을 권장한다”며 “오후 7시 이후에 남아서 일하지 말고, 오전 9시 이전에 출근해서 업무를 보라”는 내용이었다.

대표는 “오전에 업무 효율이 높고, 아침형 인간이 돼야 건강에도 좋다”고 설명했지만 곧이 듣는 사원은 거의 없었다. 이 회사 공인회계사 이모(28)씨는 “다들 회사가 저녁 식대 만 원과 야근 수당 몇 만원을 아끼려고 그런다고 생각했다”며 “당장의 수당 얼마보다 남들은 괜찮게 보는 회계법인마저 사정이 그렇게 나빠졌나 싶어 자존심도 상하고 사원들의 동요도 컸다”고 털어놓았다.

세계적인 불황과 취업난 속에 근무시간은 늘어났지만, 임금과 수당은 오히려 줄면서 직장인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나빠졌다. 취업포털회사들의 조사에 따르면 회사원들의 올 여름 휴가는 2.9일로 작년의 3.8일에 비해 하루 정도 줄면서 출근하는 날은 그만큼 늘었다. 하지만 직장인의 54.6%는 1인당 1468만원의 빚을 지고, 평균 17.2일만에 월급을 다 쓰는 것으로 나타나 경제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최근 근무시간이 확연하게 늘어난 곳은 국내 시중은행이다. 지난 4월 1일부터 SC제일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업시간이 오전 9시로 30분씩 당겨지면서 출근도 30분 빨라졌지만 퇴근 시간은 거의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K은행의 김모(27)씨는 “사정을 모르는 고객이나 친구들이 ‘은행 문 닫는 4시에 퇴근하지 않느냐?’고 할 때 가장 화가 난다”며 “시중 은행 지점의 업무는 사실상 그때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개점 시간이 앞당겨진다고 할 때부터 다들 퇴근시간은 바뀌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상했다”며 “모 은행이 업무 시간을 바꾸지 않은 것은 노조 덕분이라는 소문도 있었다”고 했다.

반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깜짝 놀랄 만한 영업 실적을 발표한 S전자는 휴가는 늘리면서도 연차보상비를 주지 않기로 해 직원들은 ‘좋다가 말았다’는 분위기이다. 이 회사의 A씨는 “사실 작년 하반기부터 초과 근무 수당 등이 알게 모르게 줄었다”며 “사내에서는 ‘인건비를 줄여서 영업 실적이 개선된 것 같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또 “본봉보다는 연초 상여금이 큰데, 파트에 따라 다르지만 예년에 비해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았다”며 “1, 2분기 영업 실적에 솔직히 ‘저렇게 많이 벌었으면서’라는 생각에 배신감도 좀 느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실제로 지난 6월 S그룹은 임금체계를 ‘고정급 축소, 성과급 확대’로 개편하려다가 주력 계열사 노조들이 반발로 트레이트마크였던 ‘노사 상생 경영’에 금이 갔다. 사측은 고정급 감소와 인센티브 확대라고 주장한 반면 노조측은 사실상 연봉 감소라고 맞섰던 것이다. S그룹 계열사의 김모(25)씨는 “대기업이라고 들어왔는데 막상 보장된 월급은 200만원도 안 돼 깜짝 놀랐다”며 “아무리 불황이라지만 거기서 더 줄이자고 하니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2004년부터 실시된 주5일제 역시 대다수 직장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관련업계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27.1%가 거의 매주, 15.5%는 격주로 주말 근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51.3%는 회사로부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천 정부종합청사에 근무하는 B씨는 “밀린 업무를 처리하러 나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상사가 나온다는 이유로 할 일도 없는데 출근하는 날도 있다”며 “부하 직원에게 자신의 주말 출근을 예고하는 상사는 ‘공공의 적’”이라고 했다. S보험회사의 정모(29)씨는 “작년까지는 5,6주에 한 번씩 주말 근무였는데 요새는 2,3주마다 돌아온다”며 “요즘 같은 때 주5일 꼬박꼬박 지키면 ‘강심장’ 소리 듣기 십상”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직장인들의 근무시간 증가와 경제력 저하는 여가 시간의 축소와 비용 절약으로 이어지면서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N호텔 마케팅 담당자는 “직장인들의 평일 저녁 모임이 8시로 늦춰지거나 줄어들고, 주말 모임도 점심 때는 거의 없다”며 “주말 패키지 상품도 재직 중인 직장인 수요는 거의 없는데, 당분간은 비슷한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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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철팸] 별단 고철와사비 | 작성시간 09.07.30 ㅋㅋ s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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